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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Feb 20. 2020

화웨이는 나쁜 기업인가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중국- 화웨이)

                                

                             <화웨이 둥관 연구개발 센터, 옥스혼 캠퍼스 (출처: 머니투데이)>


    영국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허용했다. 일부 조건을 달긴 했지만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첩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5개국 동맹의 핵심국이자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모범적 참여국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말 영국의 화웨이 허용 결정에는 화웨이의 경쟁력이 작용한다. 영국 시장은 화웨이에게 낯선 곳이 아니다. 유럽 진출의 동력을 얻은 곳이 영국이다.  영국의 양 대 통신사인 보다폰, 브리티시 텔레콤(BT)과 협력한 경험이 있고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본격 인정받은 곳이다.   현재 화웨이의 5G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통신장비와 단말기 모두 그렇다. 최근 IHS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점유율은 30%로 1위다 (2019.9월 기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SA) 자료에 의하면 5G 스마트폰 점유율도 36.9%로 1위다 (2019.12월 기준).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 제한, 미국 기업과의 거래 규제, 미국 조달 시장 참여 배제, 미국 법무부의 제소, 동맹국에 대한 거래 중단 등 화웨이 제재의 높아지는  강도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점유율은 높아지고 반 화웨이 동맹 이탈은 늘어나고 있다. 화웨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최근의 상황이다. 기술력, 기술력을 받쳐주는 인재 정책, 확대일로의 시장. 그 비결인 글로벌 전략을 살피게 된다.   

 

    화웨이 글로벌 전략

   화웨이 마케팅 전략을 얘기할 때 모택동 전략이  언급된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87년 창업 후 자체 기술력이 없을 때 중국의 큰 도시를 위주로 한  중심 시장 대신 농촌 시장을 공략했다. 지방 정부에 대한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변방부터 시장을 구축했다.  93년 자체 장비를 만들면서 도시 공략도 이어졌고, 창업 10년쯤인 98년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전략도 국내처럼 변방에서 선진국으로 넓혀가는 전략을 취했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 공략 후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현재 전 세계 약 140개국, 300여 개의 중대형 통신사를 고객으로 갖고 있는 화웨이 성장은 유럽시장에서 본격 시작되었다. 경쟁사들이 하지 않는 휴일 작업, 험지 프로젝트 수주, 파트너와의 공동연구개발, 현지 인력 채용, 성실한 세금 납부, 틈새 니즈를 위한 기술개발, 정부 협조 등 모법적 기업 전략이 비결이다. 처음 진출 때 취했던 가격 할인 전략은 유럽 시장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제값 받기, 고객만족으로 바뀌었다. 품질 시장인 유럽시장에 맞게 품질로 승부를 걸었다. 고객사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솔루션 제시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러시아에 세운 알고리즘 연구소에서 개발한 스마트 기술, 즉 한 네트워크로 3G,4G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영국의 보다폰, 네덜란드의 텔포트의 신뢰를 확보한 것이 그 예다.

    유럽 기반 구축

    70%의 해외 매출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시장은 화웨이 글로벌 진출의 기반이었다. 첫 화웨이의 세일즈 정책 모토는 무료 실증베드 설치, 운영 및 유지 보수 일정기간 무료, 유지 보수 인력 현지 채용 등 현지 시장에서는 드물었던 정책이었다.  2001년 불란서의 네프 텔레콤(Neuf Telecom)의 계약을 따기 위해 네트워크 무료 구축, 3개월 기술인력 상주, 무료 유지.보수의 노력 끝에 거래관계가 성립되었다.  2004년 네덜란드 이동통신 텔포트사에게는 스마트한 해법을 제시했다. 바로 분산 기지국(distributed base station) 방식으로 경쟁사 대비 위험요인을 줄이고 재정부족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경쟁사와 달리 휴일 포함 24시간 유지 보수를 제시했다. 2005년 스페인 시장을 공략하던 영국의 보다폰을 도와 3세대 기지국 1만 개 설치 공사에서 경쟁사 대비 2~3배 빨리 완료했다. 같은 해인  2005년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은 전국적인 장비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화웨이 참여를 요청했다. 2011년 노르웨이 텔레노르의 오지 프로젝트에는 유일한 입찰자로 참여했다. 어려운 지리적 공사 입지, 촉박한 시일, 높은 간접비용 부담으로 경쟁사들의 참여가 없는 가운데 화웨이는 최신 기술로 공사를 조기 완료했다. 납기 준수를 위해 헬리콥터, 스노우 모빌까지 동원했다.   정부 정책 협조도 화웨이의 전략 중 하나다. 2012년 불란서 의회의 중국 라우터 사용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세금 감면 포기, 네트워크 기술 소스 공개, R&D 대규모 투자, 신규 연구인력 일자리 2000개 창출을 제시했다. 헝가리의 투자 기대에 부응키 위해 추진한 유통기지 투자(2009), 동유럽 유통기지 건설 2차 확대 투자  (2011)가  그 예이다.     

 

  <벨기에 솔베이 브뤼셀 경영대학원 마뉴엘 헨스 멘스 교수>

(Prof. Manuel Hensmans, Solvay Brussel School of Economics and Management, 

‘Competition through Joint Innovation’)  (출처: 동아 DBR)


   공동혁신 센터

   해외진출 20년 만에 세계 1위가 된 화웨이의 글로벌 성공 비결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춤형으로 해결해주는 것이다. 유럽 고객이 원하는 높은 기술 수준에는  어떻게 도달했을까. 매출의 10%를 넘는 연구개발 투자, 인력의 45%에 달하는 R&D 인력, 최고 대우를 통한 고급인력 유치, 세계 특허 보유 선두 등 기술 우선과 함께 실용적인 공동연구 전략을 들 수 있다. 화웨이는 보다폰 파트너로서 스페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50:50 인력 비율로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했다. 물론 연구 성과에 대한 지적재산에 대한 권리 분리 원칙도 명확히 했다. 고위급 임원을 포함한 년 2회의 정기 협의회도 개최했다. 프로젝트 현장의 혁신 수요를 함께 해결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보다폰과의 6개 공동혁신센터를 비롯 유럽 18개, 세계 34개의 공동혁신센터가 글로벌 기술 획득에 밑거름이 되었다.     

                    <런정페이 회장,  2020 다보스 포럼 (출처: 뉴스핌)>


    화웨이 리더십

    창업자 런정페이 없는 화웨이는 있을 수 없다. 그만큼 창업자의 경영철학이 짙게 배어 있다. 화웨이만의 경영 특징으로 종업원 지주제, CEO 순환제, 화웨이 기본법을 들 수 있다. 18만 명의 종업원 중 복무기간 등에 기준에 의거 약 8만 명이 98%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1.4%이다. 종업원 주식 배분은 종업원의 역량 결집 원동력이기도 하다. 3인의 경영자가 6개월씩 CEO를 맡고 있다. 현 임원은 2018-22년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런정페이 회장은 다양한 업무와 깊은 통찰력이 요구되는 경영자 자리는 1인이 감당할 수 없다고 순환제 배경을 설명한다. 98년에 만들어진 화웨이 기본법은 비전, 목표, 인력, 기술 정책을 담고 있다. <미중 플랫폼 전쟁> 책을 쓴 일본 릿쿄대 교수 다나카 미치아키에 따르면 화웨이 기본법만큼 내용이 충실하고 일관성 있게 내용이 실천되고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요지는 화웨이는 하드웨어 제조에 집중하고 정보서비스 사업은 하지 않는다, 인력의 자율성. 책임성. 팀워크 강조, 글로벌 개방적 기술 습득 및 협력 정책 등이 그 핵심이다.  외부 노출을 꺼리는  런정페이 회장 특성이지만 최근 국제적 화웨이 제재에 대응 정보 공개와 외부 인터뷰를 늘리고 있다.  역량, 근성, 팀워크가 특징인 화웨이의 늑대 경영은 20년 만의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2만 5천 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는 광둥성 화웨이 옥스혼 캠퍼스와 관내 호수의 검은 흑조는 기술, 인재를 중시하고 끝없는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화웨이의 경영철학을 보여준다. 국제 정치적 분위에 가려 자칫 과소평가하기 쉬운 화웨이 경쟁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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