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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Feb 20. 2020

시각장애인의 천사, 아이라 (Aira)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미국- Aira)

                  

                                     <아이라 스마트 글라스 (출처: Aira)>


    기술은 아름답다. 그 기술이 사람을 위한 기술일 때 그렇다. 시각장애인의 길안내를 해주는 스마트 안경을 개발한 아이라의 사례도 그중 하나다. 안경에 카메라를 달아 시각장애인이 가는 곳을 촬영하면 모니터링 센터에 있는 상담원이 그 장면을 설명해준다. 사용자는 거리 표지판, 슈퍼마켓, 학교, 공항 등 도움이 특히 필요한 곳에서 유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15년 설립된 아이라(AIRA)는 영어로 AI+Remote+Assistance, 즉 인공지능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돕는다는 뜻이다. 인도 출신 유학생, 대만 출신 유학생, 그리고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 창업 지원가 래리 보크 3인이 창업한 이 회사는 2200만 미국의 시각장애인의 빛이 되고 있다.      


   서비스 내용

   샌디에이고에서 공부하던 인도 유학생 수만 카누간티 (Suman Kanuganti)는 시각 장애인 친구의 불편함을 덜어 주고자 구글 글라스를 이용한 원거리 시각 통역 장치를 개발했다.  시스코에 다니던 동생 수짓 카누간티 (Sujeeth Kanuganti)의 도움을 받아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이용했다.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받아 장애인이 요청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방식이다. 같은 대학에 다니던 대만 유학생 장유자 (Yuja Chang)는 경영학을 공부한 동업자로 아이라의 투자, 경영 분야 조력자로 동참했다. 자금 조달, 벤처 투자가 물색은 래리 보크가 맡았다. 래리 보크는 세계 1위 유전자 분석기 일루미나를 공동 창업한 생물공학 전문가다. 일루미나를 비롯 암 치료 바이오 제약회사인 오닉스, 약물설계 관련 생명공학 회사인 베르텍스 사 등 무려 50개의 유망 스타트업 창업을 투자가로서 혹은 경영자로서 도운 사람이다.      

  구글 글라스로 시작한 디바이스는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다시 만들어졌다. ‘호라이즌’ 스마트 글라스로 불리는 특수 안경은 120도 촬영 가능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오디오, 스마트폰 연동으로 앱과도 연결된다. 사용자는 안경 혹은 스마트폰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훈련된 상담자가 직접 안내를 해주는 방식은 사용자가 증가하고 상황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AI 서비스로 보완되고 있다. 클로이 (Chloe)라 불리는 AI 장치는 버튼을 누르면 통화 상태로 바뀌고 읽기를 누르면 눈 앞의 자료를 읽어준다.  디테일한 부분의 안내가 필요할 경우에는 상담사가 직접 통역해준다.      

                                  <아이라, 위치타 공항 협력 (출처: Wichita airport)>


   비즈니스 모델

  시각장애인 돕기로 사업 취지상 최소한의 비용을 청구한다. 1분에 1달러 미만 수준으로 월 단위로 부과된다. 요금체제는 100분 (89불), 200분 (129불), 400분 (199불), 무제한 (329불)로 구분된다. 최초 5분은 무료다. 시각장애인이 자주 찾게 되거나 꼭 도움이 필요한 공공장소일 경우 해당 기관의 후원을 받아 그 지역은 후원자가 부담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아이라 협업 파트너제(Aira Access)가 그것이다. 케네디 공항, 런던 히드로 공항 등 국내외 공항, 웨그먼스 (Wegmans) 슈퍼마켓, 샌디에이고 대학, 로버트 우드 존슨 대학병원 등 2만 5천 개를 넘는 후원기관이 참여한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50개 주, 글로벌 6개국에서 이용 가능하고 국가 수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잠재 고객은 완전 장애와 부분 장애를 포함 2200만 명에 달해 인구의 8% 정도 된다. 텍사스 주, 캘리포니아 주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이 우선 확대 대상이다.     

   

                            <아이라, 웨그먼스(Wegmans) 슈퍼마켓 협력 (출처: Aira)>


  래리 보크 (Larry Bock)

  수만 카누간티는 래리 보크가 없었다면 창업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래리 보크는 그 자신이 스타가트병이라는 유전적 시각장애 질환을 앓아 29세 때부터 법적으로 시각장애자로 인정되었다. 30년 가까이 시각적으로 불편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는 실리콘벨리에서 창업자로, 창업 자문자로, 투자자로 유명하다. 창업 생태계의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종으로 불린다. 핵심종은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종(keystone species) 래리 보크의 비중을 설명해주는 별명이다. 부친은 뇌졸중, 형은 유전적 청각장애, 본인은 유전적 시각장애의 어려운 인생을 살아왔지만 미국 창업계에서는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2016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라 창업 및 경영에 온 힘을 기울였다. 어느 시각장애인 행사에서 아이라의 사업 소개 장면을 보고 인연을 맺고 투자가로서, 경영자로서(초기 회장), 제품 개발자로서, 제품 사용자로서 많은 공헌을 했다. 2014년 5월 첫 만남이 있은 후 6개월 후 그는 아이라를 접촉, 본인이 투자를 주선하고 경영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 후 제품 개발을 위한 각종 행사와 인터뷰, 베타 버전 테스트에는 링거 주사 주머니를 차고 올 정도로 중요한 도움을 줬다. 수만 카누간티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면 래리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묻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이라에는 ‘래리의 DNA’가 배어있다고 했다.  그의 통찰력과 긍정적 정신을 추억하면서 래리로부터 배운 5가지 교훈을 전해준다. 한 푼이라도 아낄 것, 항상 준비되어 있을 것, 디테일에 충실할 것, 요구하기 전에 직접 보여줄 것, 좋은 투자가의 투자는 거절하지 말 것 등이다.

        <아이라 공동창업자 래리 보크 (Larry Bock)(우), 수만 카누간티 (Suman Kanukanti)>

        (출처: Xconomy)


    퍼킨스 스쿨

    미국의 시각 장애인 학교 퍼킨스 스쿨은 세계 67개국에 시각 장애 교육 및 후원을 하는 학교이다. 점자 교육 전파, 아프리카 시각장애인 펀드(킬리만자로 펀드) 설립 등 미국 내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세기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헬렌 켈러를 배출한 퍼킨스 스쿨의  교장 데이브 파워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업 중도 포기는 공부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장애로 인한 학교생활 불편, 관계, 기타 장벽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이라 조사에 의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시각장애인의 60%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아이라 사용 장애인의 92%는 졸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이라가 시각장애인들의 학업의 길을 넓혀주는 셈이다. 선한 뜻으로 시작한 아이라는 현재 창업자 3명이 모두 전문가들에게 경영을 물려주었다. 카누간티는 루터(Luther)라는 또 다른 기업을 창업했고, 장유자는 맥킨지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2명과 존경받는 투자가 래리 보크가 설립한 아이라가 21세기의 또 하나의 퍼킨스 스쿨이 되기를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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