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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Feb 21. 2020

아틀라시안, 호주의 소프트웨어 강자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호주- Atlassian)

                                   <아틀라시안 시드니 오피스 리셉션  (출처: Atlassian) >


    소프트웨어 시장개척은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같은 기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진행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움직이는 것이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는 컴퓨터이고 컴퓨터를 움직이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1/2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점유율 1% 내외다. 세계 상품시장의 3%를 차지하는 국가 치고는 미흡한 수준이다.   

<아틀라시안 공동창업자 스콧 파퀴하르(좌), 마이크 캐논 브룩스(우) (출처: Atlassian)>

 

    아틀라시안 소개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호주 기업이 있다. 아틀라시안(Atlassian)이 주인공이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2%를 차지하는 호주이지만 이 기업은 틈새시장에서 히든챔피언이다.  2002년 두 대학생이 창업한 아틀라시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협업을 돕는 상품을  만들었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이름이 덜 익숙하지만 미국의 슬랙과 함께 협업 솔루션의 선두 기업이다. 아틀라시안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슬랙은 메신저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2019년 300억 불 대, 2023년 600억 불 대로 성장할  협업 솔루션 시장에서 아틀라시안, 슬랙을 위협하는 강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략이 특히 눈에 띈다. IDC에 따르면 세계 협업 솔루션 시장은 미국 약 100억 불, 유럽 약 70억 불, 일본 약 20억 불에 달하고, 연 10% 이상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 역시 시장 진출을 위해 슬랙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진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 팀즈(Teams)‘, 페이스북의 ’ 워크플레이스(Workplace)‘, 구글의 '행아웃 챗'(Hangout Chat)이 추격자들이다. 

      

<아틀라시안 대표상품 JIRA (출처: Atlassian) >

  

    아틀라시안의 혁신

   아틀라시안의 혁신과 문화는 인상적이다. 대학 동기인 공동 창업자 마이크 캐논-브룩스와 스콧 파쿠하의 경영 철학은 ‘많은 사람에게  좋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것이다. 15만 개의 고객사, 3천 명의 직원을 갖고 있는 아틀라시안은 직원들에게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와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마케팅보다 R&D가 우선이다. 마케팅을 줄이는 대신 직원들의 역량을 높여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전 직원이  컨설턴트  역할을 한다.  해커톤 행사인 쉽잇(ShipIt), 20% 자율 업무 시간, 1% 공헌(제품, 시간, 이윤 중 한 가지), 끝없는 고객 모니터링과 개선도 아틀라시안의 특징이다.   쉽잇은 매분기 한 번씩 정규 업무 이외 무슨 일이든 24시간 동안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이다. 혁신 제품의 개발 창구이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창의적, 도전적인 동기 부여 발판 역할을 한다. 구글과 같은 20% 자율 업무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R&D는 매출의 40% 수준이다. 영업이 아닌 기술을 통한 사업 확대다.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기술개발을 위해 고객과의 소통이 활발히 한다.  커뮤니티 형성, 피드백 창구 방식을 통한다.  260만 규모의 고객 커뮤니티는 동아리 형태로 제품 개선에 역할을 한다. 일종의 파워그룹이다.  가령 넷 프로모터 스코어링 제도(Net Promtoter Scoring)가 그 예이다. 엄격한 평가를 통해 월별 1만 5천 개 정도의 피드백을 수집한다. 피드백 결과는  기능, 속도, 사용 편의 등으로 구분해 제품 개선에 반영한다. 사회공헌을 위해 ‘인류를 위한 플릿지 1%’ 제도도 있다. 플릿지 1% (Pledge 1%)는 시간, 이윤, 제품 어떤 것이든 1%를 떼어 내어 인류를 위해 투자하자는 제도이다. 세일즈포스의 1-1-1 제도와 비슷한 제도이다. 세일즈포스는 수익의 1%, 제품의 1%, 시간의 1%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아틀라시안 해커톤 쉽잇(ShipIt) 데이   (출처: Atlassian) >

  


   아틀라시안의 상품

   아틀라시안은 10개의 제품이 있다. 그중에 지라와 컨플루언스가 주력 상품이다. 지라는 작업 점검판 역할을 한다. 컨플루언스는 공동 작업장 역할을 한다. 보통 사무실에서 공동 작업할 때 팀원들이 모여할 일, 진행 중인 일, 완료된 일, 장애요인을 칠판 앞에서 점검한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업무협의를 할 때도 칠판과 작업 점검판이 필요하다. 점검판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가 ‘지라’이다.  컨플루언스는 작업 공간, 빗 버킷은 작업 저장소, 트렐로는 디지털 메모지, 힛챕, 스트라이드는 채팅 도구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협업 도구 중 작업용 도구인 힙 챗, 스트라이드가 최근 경쟁사인 슬랙에게 매각되었다.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협업 솔루션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팀즈(Teams)’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은 오피스 365와 연동되어 작동한다.  슬랙은 업무용 메신저에 있어 강자이기 때문에 채팅 도구인 메신저는 슬랙에게 팔고 아틀라시안은 슬랙의 지분을 갖기로 결정했다. 강자와 싸우기 위한 협력이다.

       

   애자일

   요즘 애자일 조직이 유행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바꾸고 필요한 인력을 차출해서 활용하는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 방식을 말한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쓰인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폭포수(waterfall) 방식과 애자일(Agile) 방식이 그것이다. 폭포수는 문자 그대로 한 번 낙하하면 되돌릴 수 없는 폭포수처럼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애자일은 단어 뜻처럼 민첩한 작업 방식이다. 필요하면 수정하고 중간 점검하고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중간에 반영한다.  작업자 간 소통하면서 점검하고 업데이팅한다. 주기적으로 작은 목표를 정해 일을 진행한다. 이때 주기를 스프린트, 작업팀을 스크럼, 작업 후 리뷰를 리트로스펙티브(회고)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신속한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과제 진행 주기는 1-4주인데 보통 2주를 한 단위로 한다(이 주기를 스프린트라고 함). 매일 1회 점검 미팅을 갖는다(보통 15분). 아틀라시안은 이러한 애자일 작업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다. 아틀라시안 소프트웨어가 애자일 협업 솔루션이라고도 불리는 이유이다.     

<아틀라시안 직원 카페  (출처: Atlassian) >

    

    벤치마킹 포인트

   소프트웨어의 판매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신속하게 대량으로, 부가가치를 붙여 판매하는 SaaS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틈새품목이자 협업 솔루션인 아틀라시안은 대표적인   SaaS  협업 솔루션이다. 한국의 유망시장이기도 하다. 1위 업체 슬랙이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 가령 외국어 버전, 아시아 특유의 수직 조직형 협업 툴에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일어, 중국어를 비롯 아시아 언어와 아시아 소비자 취향에 맞은 협업 툴을 선보이는 잔디, 라인워크스 등이 그 예이다. 애자일의 대가 노나카 이쿠지로는 암묵적 지식과 형식적 지식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도의 지식이 창조된다 ‘고 했다. 소프트웨어는 암묵적 지식을 형식적 지식으로 표현하는 도구이다. 개발 방식도 개발자들의 암묵적 지식을 형식적 지식으로 협업을 통해 모으는 작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에게 아틀라시안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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