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떠오르는 분야인 유전체 분석 시장에 두 개의 미국 선도 기업이 있다. 하나는 분석 장비 업체 일루미나, 또 다른 하나는 분석 결과를 비즈니스 상품으로 개발한 23앤미 (23andMe)이다. 한 사람의 유전체 분석에는 2000년대 초만 해도 13년의 기간, 3조 원의 비용이 들었다. 새로운 분석법 (NGS)이 개발되어 이제는 백만 원의 비용으로 1시간 만에 분석이 가능하다. 몇 년 내에 10만 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 장비 개발의 선두 주자가 미국의 일루미나이고 미국의 서모피셔, 팩바이오, 영국의 옥스퍼드 나노포어, 중국의 BGI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중국 BGI는 일루미나 장비의 큰 고객이었으나 자체 장비를 개발해 사용한다.
유전체 분석 DTC
게놈이라 불리는 인간 유전체는 23개의 염색체 쌍을 갖고 있다. 회사명이 ‘23앤미’인 이유이다. 창업자 앤 워치츠키(Anne Wojicicki)는 생명공학 전공자로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부인이다. 유튜브 대표 수전 워치츠키의 동생이기도 하다. 수전 위치츠키는 구글 창업자들에게 차고를 빌려준 친구로 구글 초기에 입사했다. 언니는 유튜브를 맡고 있고, 동생은 23앤미를 창업해 미국 유전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돈 10만 원 정도인 99불을 내면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해 준다. 세 가지 유전체 분석 방법 중 비교적 간단한 방식인 스닙 방식을 이용한다. 타액을 킷에 묻혀 보내면 미국 기준으로 1주일 만에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체 분석 결과 유방암 확률이 높아 미리 절제 수술을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알코올 흡수, 약물 흡수에 있어 개인별 차이도 유전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3앤드미의 시장 개척 과정은 혁신 그 자체였다. 주요 서비스는 ‘조상 찾아주기’와 질병 가능성 예측 서비스였다. 의료 검사는 의료기관을 통하는 관례와는 달리 소비자 직접 서비스(DTC, Direct to Customer)를 창안했다. 그리고 규제당국의 높은 장벽을 직접 허물었다는 점이 23앤미 혁신의 포인트이다.
FDA와의 투쟁
한 개인의 건강상태를 유전체 하나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을 들어 FDA는 23앤미의 사업을 금지시켰다. 광고 활동, 서비스를 보류시키자 23앤미는 조상 찾아주기 서비스만 계속하면서 의료적 증거 수집에 나섰다. FDA와의 오랜 논쟁 과정을 거쳐 한 가지 질병에 대한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블룸 증후군이 그것이다. 작은 키, 얼굴 모세혈관 확장, 광민감도, 암(백혈병, 림프종) 위험도와 관련된 질병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전문기관과 협력해 조사를 계속해 총 36가지 질병에 대한 서비스를 승인받았다. 건당 서비스 수수료도 99불에서 199불로 인상했다.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는 23앤미에 3억 불을 투자했다. 유전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화이자, 제넨텍 등도 그 뒤를 이었다. 유전체 데이터는 신약의 임상시험 기간을 줄여준다. 23앤미는 에이비앤비와는 조상 찾기 여행상품을 개발했다. DNA 여행이 그것이다. 기술 전문잡지 와이어드는 “23앤미를 아무리 규제해도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논평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