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선반에 잠자고 있는 신약 기술을 팔아 주는 기업이 있다. 미국 기업 로이반트가 하는 일이다. 최근 SK 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한올 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 치료제도 이 회사가 판매를 중개했다. 세계 제약 시장은 빅파마들이 잡고 있다. 신약 하나 개발에 필요한 평균 1조 원의 예산, 10년의 기간을 감당할 업체는 글로벌 대기업 뿐이기 때문이다. 세계 50대 제약 기업에 한국 기업이 하나도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무대 경험이 없으니 신약과 신약 기술의 판로와 인맥 구축도 어렵다. 로이반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로이반트가 하는 일
복잡한 제약업계의 특성상 사업 모델이 다양하다. 연구만 하는 CRO, 생산만 하는 CMO, 개발만 하는 NRDO가 그 예다. 그중 NRDO는 연구 진행 중에 있거나 보류된 신약 기술을 다듬어 중개하거나 상업화한다. 사업형태의 영문 명칭이 No Research Develop Only의 줄임말이다. 로이반트는 에셋(Asset)이라 불리는 미완성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제약업체에 이전하는데 평균 투자비가 기존 투입된 금액의 1/5 정도 추가된다. 로이반트는 ROI와 Vant의 약자다. 투자 수익을 내는 전문가란 뜻이다. 반트는 인도말로 전문가를 의미한다. 유망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프로젝트팀이 구성되는데 이를 반트라고 한다. 2019년 기준 14개의 반트가 있다. 치매질환의 액소반트(Axovant), 여성질환 마이요반트(Myovant)가 그 예들이다. 후보 물질 발굴은 전문 직원들이 검색한다. 공공 의약분야 자료를 시작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작업을 약군 매핑 (Mapping DrugOme)이라고 한다. 평균 3만 개 정도의 후보물질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임상 2단계까지의 후보물질이 32개이며 총 41개의 유망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품목별 이외에 데이터 관리, 고객관계 관리를 위한 전문 반트도 있다. 데이터 반트, Alyvant가 그것인데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금액은 빅데이터 관리 법인인 데이터 반트에 투입되었다.
CEO 라와스와미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 대표는 30대 인도 출신 벤처 창업자다. 분자 생물학 전공 후 투자회사 QVT에 근무했다. 근무 당시 C형 간염 치료제 회사 파마셋 주식을 5불에 매입해 길리어드 인수 당시 137불에 매각한 바 있다. 제약 업계에 연구 중단된 유망 후보물질이 많은 데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업 제안서를 두껍게 만들어 대형 기업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솔루션 개발의 필요성을 느껴 반트 모델을 도입했다. 세계 제약 시장은 약 1조 달러, 그중 바이오제약 비중은 약 30%다. 바이오 비중이 높아져 100대 처방의약품 중 50%가 바이오다. 바이오 분야는 산업의 역사가 짧아 선진국 추격도 유망하다. 바이오 복제약, 즉 바이오시밀러는 우리나라 기업이 선도적 위치에 있다. 바이오제약 글로벌화의 통로, 로이반트의 역할이 주목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