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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Nov 01. 2020

일본의 로봇 거인 화낙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시작할 때 한국 업계에 떠도는 말이 있었다. 화낙 제품 하나만 규제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공장의 컴퓨터 제어 기계 CNC 머신의 90%가 일본산이고 그중 화낙 제품은 80% 이상이다. 화낙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화낙으로부터 스마트폰 가공용 로보 드릴을 10만 대, 삼성은 2만 대를 구입했다. 개 당 1억 원짜리 제품이다. 테슬라의 공장에도 화낙의 로봇이 다수 투입되고 있다. 화낙은 외국 정상들의 일본 방문 시 산업 시찰 코스로 우선적으로 선정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화낙은 후지쯔의 공장자동화 사업부서로 있다가 분사되어 나온 기업이다. (Fanuc : Fuji Automation Numerical Control)

     

     해외공장이 없는 기업

     창업자 이나바 세이우에몬은 동경대 공대 출신으로 일본 산업 자동화 원조 격이다. 후지쯔 재직 시 일본 최초로 CNC 기계와 구동 서보모터를 개발했다. 그의 경영 철학인 “좁은 길을 똑바로 간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자동화 한 우물만 파는 전통을 세웠다. 기술 중시 경영으로 세계 CNC 기계 1위, 로보 드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일본 업체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나갈 때도 국내 생산 원칙을 고수했다. 화낙 공장은 모두 일본에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기술유출 방지요, 둘째는 자동화 기계를 만드는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자동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38개의 공장이 일본 국내에 위치하고 있다. 정교한 제품 정책과 더불어 서비스도 철저하다. 고객이 찾는 부품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다 구비해놓고 있다. 없으면 재설계해서 만들어 주고, 고장으로 고객의 기계가 멈추면 대체 장비를 설치해주고  고장을 수리한다. 공들여 얻은 기술인 만큼 보안이 철저하다.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외부 이메일은 자제하고 팩스 이용을 권장한다. 최근 들어 조금씩 풀리기는 하지만 언론 홍보도 최대한 자제한다. 소극적인 정보공개에 대해  기자들과 주주들의 원성을 많이 산다. 후지산 기슭에 입지를 새로 구해 도쿄 본사와 대부분의 공장들을 한 곳으로 옮긴 이유도 생산 효율과 함께 보안 유지 때문이다.

     

화낙 제품 (출처:fanuc)

    혁신과 인재관리

   4차 산업의 핵심 분야인 로봇 제조업체로서 화낙은 스마트 팩토리 추진도 선도한다. 독일에서 시작한 스마트 팩토리가 광범위한 산업 차원이라면 화낙은 기업 차원이다. 기계와 기계를 IoT로 연결해 구축한 FIELD 시스템이 그 예다. 미국 로크웰, 시스코, 일본의 AI 벤처 기업 PFN의 참여로 구축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에는 화낙의 로봇뿐 아니라 다른 회사 로봇도 연결된다. 빅데이터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세계의 산업용 로봇의 연간 공급량 300만 대 중에 화낙은 40만여 대를 차지한다. FIELD시스템은 화낙의 모든 로봇을 연결하여 운영상태, 장애, 보수 데이터를 수집한다. 화낙은 일본 제조업계에서 월급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일본 대기업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창업자에 이어 2세도 동경 공대 출신으로 현 CEO를 맡고 있다. 3세도 공대 출신 엔지니어로 로봇 사업본부를 맡고 있다. 창업 가문이지만 지분은 없다(창업자만 0.02%). 이사회에서 CEO 선임 기준은 가족이 아니라 실력이다. 서비스 로봇의 수요 증가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화낙은 산업용만 고수하겠다고 한다. “다능은 군자의 수치”는 화낙의 핵심가치다.  창업자에게서 물려받은 교훈을 묻는 질문에 이나바 요시하루 CEO는 “엄밀”이라 답변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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