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아마존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에 상장 첫날의 편지를 동봉한다. 첫날 다짐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제프 베조스는 이것을 데이원(Day1)이라 한다. 아마존 혁신의 원동력이다. 온라인 서점을 시작하고 첫 번째 주문받은 책은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의 과학서적 “흐르는 개념과 창의적인 유사성”이라는 책이었다. 서점이 없는 미국 시골 마을, 지구 반대편 오지에서도 주문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에서 80km 떨어진 읍내 서점에 나가기 어려웠는데 책을 보내줘 고맙다는 오하이오 주 할머니 고객도 있었다. 칠레 남단 천문대 근무 고객은 칼 세이건의 책 1권을 주문해서 무사히 도착하자 다시 같은 책 수십 권을 주문했다. 1995년에 오픈한 아마존 웹사이트에는 “백만 종류의 책을 항상 저렴하게 팝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롱테일의 발견
다니던 투자회사에 사표를 내고 베조스가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인터넷 사용 인구가 년 2300퍼센트 증가한다는 신문기사 때문이었다. 상품으로 책을 선택한 이유는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고 어디서나 정찰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2%의 인기 서적 말고 소외된 98%의 비인기 서적을 팔 수 있게 해 줬다. 틈새 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세계의 숨은 수요를 채워주기 시작되었다. 20%가 80%를 이끈다는 파레토 법칙 이 아닌 크리스 앤더슨의 긴 꼬리 잠재수요, 즉 롱테일이 중요해졌다. 결과는 유통 거인 월마트 보다 3배 높은 기업가치, 즉 시가 총액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늘어나면서 할인 판매가 가능하고 할인이 늘어나면서 고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이 원리를 고슴도치와 플라이휠(공중에 떠있는 바퀴)이라고 했다. 여우보다 고슴도치처럼 잘하는 분야에 몰두하고 그렇게 모인 성과는 플라이휠이 된다. 염가, 고객, 이익, 재투자, 고객 확대, 시장지배의 플라이휠이 아마존 핵심 전략이다.
프라임 회원제
미국 인구 중 종교를 가진 가구 수가 전체의 51%인데 아마존 프라임 회원 가구 수는 59%다 (2019 기준). 아마존 이익 창출의 두 기둥은 프라임 회원제와 아마존 웹서비스(AWS)다. 년 회비 119달러(월회원 12.99달러)를 내면 할인부터 배송까지 22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무료 배송, 당일 혹은 2시간 배송이 가능하고 전자책, 영화, 음악도 무료다. AWS는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성수기에 쓰던 데이터센터를 평소에는 클라우드 서버로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라임 회원의 매출 기여도는 북미시장 기준으로 70%에 달한다. AWS의 경우는 매출 비중에 비해 이익 비중이 커 아마존의 효자상품이다.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혁신의 산물이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 추천 알고리즘인 ‘A9’, 신용카드 한 번만 등록해 놓으면 한 번의 클릭으로 주문과 결제가 해결되는 ‘원클릭’, 무인매장 ‘아마존 고’, 드론 배송 ‘프라임 에어’, 물류 로봇 ‘키바’ 전자책 ‘킨들’등 아마존의 혁신들은 셀 수 없다. 아마존 직원들은 아직도 문짝으로 만든 책상을 쓴다. 어려운 시절 비용절감을 위해 문짝으로 책상을 만들어 쓰던 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에서 월급이 제일 많은 사람은 베조스가 아니다. 고객 담당 임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에브리씽 스토어 아마존의 성공 비결은 고객, 그리고 Day1, 즉 첫날 정신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