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콘서트에서 오열한 이유
어제, 송도 컨벤시아.
송골매 전국 투어의 마지막 날이었다.
"밴드 공연 중 관객의 연령대가 가장 높은 공연"이라는 배철수 선생님의 멘트로 까르르 웃으며 시작된 공연.
큰 화면에 '고고장, 빵집에서 성냥 쌓기, LP' 등 추억의 물건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 공감의 탄식이 나왔다.
서울 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도 봤었는데, 추억 영상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객석에서 같은 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우리 녹화 때는 더 풍성히 자료도 사용하고, 강조해서 적용해야겠다고 적어두었다.
공연의 막바지. <탈춤>, <세상만사> 등 소위 말하는 '달리는 구간'.
고령의(?) 객석의 기운이 심상치 않더니 동시다발적으로 모두가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흡사 '대형 콜라텍' 같았다.
이 흥겨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이상하게도 어른들이 신명 나게 춤추는 모습만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다.
흥겨운 모습에 박수나 칠 일이지, 왜 대체 물색없이 눈물이 날까.
춤추는 어른들의 모습에 앳된 그 시절 소녀, 청년의 모습이 언뜻 남아 있어서 슬프기도 하고,
신명 나게 춤은 추고 있으나, 모진 세월이 싱그러운 청춘을 싸그리 앗아간 것 같아서 슬프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사라진 게 전부 나(우리) 때문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더 울고 싶어 진다.
엄마가 아주 가끔 "엄마 어렸을 때~"라고 말을 시작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르게 굉장히 어색했다.
필요 이상으로 그 말을 하는 엄마 표정이 밝았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는 70년대가 재현된 거리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런 곳에 갈 때마다 절대 지나치지 않고 꼼꼼히 둘러보며,
"엄마 어렸을 때는 여기서 밥 해 먹었는데.", "어머어머 연탄 좀 봐봐." 등 쉴 새 없이 그 시절 얘기를 들려주며 평소답지 않게 얼굴에 화색이 돈다고 느낄 정도로 좋아하곤 했다.
그런 우리 엄마 같은 어른들의 막춤에 생뚱맞게 눈물이 났던 공연.
모든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배쌤에게 객석 사진을 보여주며 "쌤 노래하실 때 뒤에선 이렇게 춤판이 벌어졌다."라고 하니, 껄껄 웃으시며
"우리 나이 되면 어디 (춤추러) 갈 데가 없어가지고~"라고 말씀하시며 흐뭇해하셨다.
객석에서 막춤을 추고, 그 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내가 함께 준비하게 될 KBS에서의 송골매 콘서트.
나를 눈물짓게 한 분들에게, 그 시절 생각에 잠시일지라도 화색을 돌게 해 드려야겠다는 기획의 방향성이 조금은 생겼다.
#송골매 #40년만의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