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의 대표 가수를 선정해 진행되는 ABU TV Song Festival.
이 프로젝트의 담당 프로듀서로 지목(?)되었다. 담당 피디인 내가 한국의 대표 가수를 섭외해 함께 공연을 해야 하는데, 의미가 꽤 큰 공연이다 보니 강다니엘과 함께하게 되었다.
올해의 개최지는 인도 뉴델리였다. 지금 동시에 서울에서도 연말 공연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곳 인도에서의 공연은 환경이 달라도 너무도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나의 가장 큰 주안점은 아티스트와 무대 딱 이 두 가지인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해관계의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어떤 쇼를 수 백명의 스탭이 진행해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주인공인 아티스트에 집중하는데 여기는 각국의 대표 가수도 다르고, 심지어 방송 연출 관련 종사자는 나 하나뿐이고 각자 다른 다양한 부서에서 오다 보니 내색은 안 하려 노력했지만 심적으로 꽤 버거웠다.
먼 곳까지 한국 대표로 선뜻 와준 아티스트와 그의 스태프들이 절대 사고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밥도 아예 안 넘어갔다.
게다가 인도는 나도 처음인 곳이고, 이곳 시스템에 나조차 적응을 못한 상태라 평소답지 않게 긴장감에 표정도 굳고 우리 아티스트 팀 외의 스태프들에게 쓴소리와 강한 요구도 평소보다 많이 하게 됐다.
이런 나에게 누군가는 정이 없다고 하고, 강다니엘 팀만 챙긴다고 너무 하다고 내 앞에서도 뒤에서도 들리게 또는 안 들리게 내내 얘기하곤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아티스트만 감싸고도는 걸 보니 피디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충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도 피디이기 전에 사람이기에 이런 평가들과, "너무하시네요"라는 직설적인 말에 타격을 안 받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게 내 몫이려니 하고 감내할 뿐이다.
눈을 보고 얘기한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도 그걸 가장 잘 해내야 하고, '절대 못하겠다'는 사람도 하게 해야 한다.
그 결과 나는 매정한 피디가 된다.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안겨준 피디가 된다.
그럼에도 공연이 무사히 끝났고, 심지어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가장 훌륭했고, 아티스트와도 서로 웃으며 마무리했기에 나는 그걸로 됐다.
모두의 마음을 얻는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속출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크레이지코리안피디라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