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촌>(좌)와 <아바타>(우). 포스터 디자인만 언뜻 봐도 느껴지듯 색감부터 분위기까지 전혀 상반된 두 가지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심지어 <효자촌>은 예능 프로그램이고, <아바타: 물의 길>은 영화로 장르적 공통점도 없다.
그러나 둘 다 최근에 본 내 입장에서 이 둘은 엄청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인간이라면 저변에 다들 품고 있는 '가족'이야기라는 점이다.
아무리 화려한 CG와 3시간여의 러닝 타임이 화제였더라도, 수천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부분은 아들의 죽음 앞에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그토록 신성시했던 신을 노골적으로 원망하는 어미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효자촌> 역시 마찬가지다.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효'라는 감정을 터치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인다.
그중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가는 효자촌의 경우, 연출자의 엄청난 철학이 담겼다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어떻게, 누가 만든 건지 간단한 배경조차 전혀 모르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됐다.
다만, <1박 2일> 조연출 때부터 심리적으로 친숙한 프콘 오빠가 엠씨길래, '요즘 오빠 <나는 솔로>도 그렇고 잘 나간다고 응원 카톡이라도 하나 보내줘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지켜봤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솔로> 제작진이 야심 차게 만든 프로그램이었고, 심지어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는 "나영석에게 이서진이 있다면, 나에겐 데프콘이 있다"며 프콘 오빠를 저평가 우량주로 평했다. 역시 연예인은 어떤 연출자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금 느꼈다.
사실 기획단계에 대형 스타를 데려오는 건 어렵고도, 어쩌면 가장 효과적이고 간편한 방식이다.
스타가 갖고 있는 유명세와 상징성에 처음부터 얹혀 갈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스타를 포섭하기 위한 초고가의 출연료와 제작진의 공이 그 초기 열매를 얻기 위한 대가라는 점에 수긍이 된다.
그런데 <효자촌>의 출연진을 보면, (물론 저 다섯 사람이 손 뒤집듯 섭외가 쉽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몇몇은 오랜 공백이 있었기에 더 설득이 어려웠을 수 있다.) 스타마케팅에 기댔다기보다는 연출자가 출연진 본연의 인간미를 캐치해서 끄집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 않으면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나라면 저 다섯 사람을 가지고 기획안을 써서 당당하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 실제로 내 딴엔 토크력에선 넘사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을지라도, 기획안을 보고 윗사람이 "언제 적 엄영수야. 유재석을 물어와도 시원찮을 판에 넌 패기 없이 출연료 아낄 생각만 하니."라는 말을 하면 바로 풀이 죽는다.
그런데 이 기획은 풀이 죽기는커녕, 이들의 내재적 본능을 가장 극적으로 터치할 수 있는 이들의 부모님을 주요 장치로 넣는다.
그 결과, 진공관 춤으로 세기말을 찢었던 장우혁이 백발의 노모 앞에서 숫기 없고 어수룩한 실수투성이 아들이 된다. 혹시라도 내 아들이 춥게 잘까 전전긍긍하다 새벽 2시경 잠을 깨서 자식 잘 되게 해달라고 동이 틀 때까지 무릎이 닳도록 기도하는 장우혁의 어머니. 혹여나 자식이 깰까봐 밥조차 해먹지 못하고 마냥 같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모정.
그 고요한 새벽의 처절한 어미의 부지런함을 어느 누가 몇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먹먹한 진심만은 화면 밖으로도 전해지기에 눈물이 흐른다. 이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전혀 무관하게 유행을 타지 않는 소재이자 세상이 복잡해지고 화려해질 수록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꼭 남규홍 피디를 만나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