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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22. 2023

트로트 없이 일궈낸 시청률 5.9%

KBS 설대기획 송골매콘서트 <40년 만의 비행> 연출을 마치고

기자간담회에서 송골매 두 분과

KBS 설 대기획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 대기획의 주인공은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 다음으로 송골매였다.

앞 선 세 프로젝트 모두 두 자리의 화려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 때도 조연출로 일하며 느껴봤지만, '트로트'는 기본 이상의 흥행이 보장된 불멸의 장르다.

티비를 보는 시청자층이 대부분 트로트를 즐기는 중장년~노년층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명절 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설 대기획은 누군가의 우려를 살만한 새로운 시도였을 수 있다.

흥행이 보장된 트로트도 아니었고, 조회수나 화제성이 보장된 아이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소중한 시청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의 기사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잘 정리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30118_0002163558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남자 관객의 수가 압도적이었던 공연"이라는 점이다.


보통 음악프로그램의 객석의 9할 이상은 여성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수에 따라 연령의 차이만 있을 뿐 남자 객석은 그 존재자체가 드물다.


그리고 있다고 쳐도 중장년 남성 관객은 아무래도 감정 표현에 서툰 경우가 많다 보니 카메라로 리액션을 잘 잡지 않게 된다.


내적으로는 분명 즐기고 계실 테지만 화면으로 보이는 표정이 무표정이거나, 모션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러한 무표정 리액션 컷을 편집 때 넣으면 자칫 그 공연자체가 무료해 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는데 이번엔 달랐다.


일단 실제로 남성 관객의 수가 내가 입사해서 본 녹화 중 가장 많았고(우정의 무대 제외), 그분들의 리액션도 남달랐다.


세기말 감성의 플래카드를 손수 만들어 온 것도 남성 관객이었고, 마지막에 울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남성 관객이었다.


어떤 중년 남성 팬 한 분은 한껏 미간을 찌푸리며 노래를 공연 내내 서서 울부짖듯 따라 부르셨는데,

뭔가 부연설명이 없으면 성나서 1인 시위라도 하는 모양새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자막도 넣어드렸다.

"화난 거 아님, 200% 심취 중"이라고.

그만큼 감히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삶에 찌들어사느라 표정이 다양하고 자연스럽진 못해도,

투박한 손으로 난생처음 쥐어봤을 클래퍼와 종이비행기를 들고,


송골매 노래를 한 시도 쉬지 않고 따라 부르며,

지나버린 청춘에게 '대체 넌 어디 갔냐'라고 따져 묻는 것 같기도 한 관객들의 진심 어린 표정에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가닿았음을 알 수 있었다.


1/23 오후 5시에 KBS 2tv에서 재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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