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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12. 2022

악플공격 한 번 당해 보실래요?

듣보는 아프지도마

예전에 한 토크쇼에서 무명 연예인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말에, 누군가 피식거리며

"안 유명한 사람도 공황이 오나요? 공황은 스타들만 겪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한 장면이 방송에 나온 적이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듣보도 공황이 오나요'인데 종종 보이는 일상 폭력 중에 하나다.




이것과 악플이 정확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악플에 고통받는 다고 하면, 혹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안 보면 될 일.' 혹은 '수 억을 버는데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것', 또는 무반응보단 감지덕지해야 할 '유명세'로 치부하기도 한다.


개인의 생각이기 때문에 이 말이 전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악플을 받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가령 누군가가 공개적인 장소에 나에 대해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인성까지 최악'이라는 욕을 써놨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 욕을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나의 부모님과 가족이 본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내가 혼자 보고 상처받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후폭풍으로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성폭력이나 학교폭력 피해를 입고도 '가족이 알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얘기조차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가족에게만 내 욕이 공유되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악플은 부모님은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인성까지 최악인 편은지'라는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미 상처를 받은 본인이 가장 적나라하고 뼈아프게 잘 느끼게 되는 일인 것이다.


어딜 가도, '저 사람도 내 욕을 봤겠지? 나를 외모도 인성도 못났다고 생각하겠지?'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보통의 선택은 집에 처박히는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유명인(연예인)의 삶이란, 숨고 싶어도 숨을 수 없고 모든 감정을 숨기고 최대한 귀엽고 밝게 웃어야만 하는 삶이다.

가령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두운 얼굴로 앉아있거나,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웃지 않으면 '태도 논란'으로 또 다른 악플+악성 기사를 추가하게 된다.


실제로 나도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일할 때, 한 출연자가 당시 멘털이 엄청 안 좋아서 대답도 단답이고 녹화 내내 얼굴을 펴지 못했다.

그래서 최대한 그런 표정이 안 보이는 다른 컷으로 수정해서 편집해 방송에 낸 적이 있다. 아마 찍힌 그대로 나갔다면 그 가수는 '성의 없는 방송 태도 논란'으로 낙인찍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다.


심지어 '뚱뚱하고 못생기고 못난 인성'을 겸허히 인정하고 내 단점을 싹 다 고쳐도 악플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아냥이 추가될 뿐이다. 언제 끝난 다는 보장도 없다.






고백하자면 나는 브런치 구독자수에 굉장히 민감하다.

내 글을 보고 싶어 '구독'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구독자가 늘면 어떤 글을 쓸지 들떠서 고민을 하게 된다.


반대로 한 명이라도 구독자 수가 줄어들면 낙담한 그 기분이 꽤 오래 회복되지 않는다.

'혹시 내 글이 불편했나?', 혹은 '더 구독할 가치가 없어 보였나?', '노잼인가?' 등등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은 나도 그렇다. 스타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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