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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15. 2022

더 주목받아야 마땅한 작가 이승우

『이국에서』_이승우 장편소설

내가 감히 작품성을 평할 위치는 안 되겠지만, 처음 접했던 이승우 작가의 책인 『생의 이면』에 충격을 받았고, 전 작품을 읽어야 하는 나만의 위시리스트 작가로 정해두었다.


당시에 쓴 북리뷰를 찾아봐도, '왜 이런 위대한 작가를 이제야 알았을까?'라는 회한으로 가득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더 많이 알려지고 지금보다 더 유명해야 마땅한 할 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위키백과의 문장.


출처 : 위키백과

명작가임은 분명하지만, 국내에서 썩 유명한 편이 아니라니.

내가 뒤늦게 작품을 접하게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인데, 더 대단한 점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작품 활동이 여전히 왕성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전 작품을 고치는 것에도 적극적인데, "63세 작가에게 新作이란, 前作의 불만에 대한 만회"라고 했던 인터뷰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사실 작가님이라면 열심히 살아온 그간 삶과 작품에 대해 만족감을 가질 법도 한데, 창작에 대한 여전한 투지가 인상 깊었다. 또한 전작에 불만을 갖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회하려고 애쓰는 진정성과 그 부지런함에 다시 한번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사는 게, 마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보내진 발령지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널예스 인터뷰 중-


최근 신작 장편소설인 『이국에서』

늘 오가는 회사, 자주 보는 사람들. 그 속에서 살아가면서 가끔은 '이곳에서 내 의지는 어디 있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고, 더 솔직히는 내 의지가 어디 있는지 의구심조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못한 채로 하루를 허망히 흘려보낼 때가 더욱 많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소설 속 '황선호'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몰입이 더욱 쉽게 됐다.



황선호는 되도록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일 자기가 어떤 사람일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는 타인이기 때문이다. 타인은 모르는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상상은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허전한 일이다. 모르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아무 권리가 없다. -p.9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타인이다. 즉, 아무런 권리가 없다. 황선호의 절망감이 절절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것은 악어를 길들이는 것보다 어렵다. 반대파가 있다는 것은 그가 정치인이라는 증거일 뿐, 나쁜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할 수 없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고, 그리고 정치인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든 헐뜯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한쪽에 있고, 무슨 일을 하든 찬양해 마지않는 사람들이 다른 쪽에 있다. 황선호의 보스가 정치인이라는 증거로 이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중략)

판단은 행위의 내용이 아니라 행위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똑같은 일이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 되거나 불가피한 처신, 심지어 용기 있는 행동이 된다. 사실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빠지고 해석이 앞으로 나온다. 해석이 주관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사실을 바꾼다. 궤변이 이렇게 탄생한다. 그것이 정치의 영역에서 흔하고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p.20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는 것은 악어를 길들이는 것보다 어렵다.'

둘 다 어렵기도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상호 간 상처를 입게 됨이 명백한 것도 공통점인 것 같다.


의도와 작정을 가진 사람의 말이나 몸짓은 , 아무리 막무가내의 즉흥성을 겉으로 내세워도, 혹은 그럴수록 더, 어쩔 수 없이 그 의도와 작정이 그 사람이 근육을 긴장시키기 때문이다. 긴장은 부자연스러운 과장과 거북한 태도를 만들어내는데 정작 긴장된 근육을 가진 사람은 그걸 모른다. -p.289

사기를 치려는 자와, 고백을 하려는 자.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과도하게 즉흥성과 우연을 내세우고, 본인도 모른 채 굳어가는 근육으로 내뱉는 말.

나 역시 그런 말을 많이 해본 입장인지라, 더 와닿았다.


똑같은 일상 속 나의 뿌리 내림에 의구심이 든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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