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아이가 아프다.
다행히 코로나 결과는 음성인데 열이 계속 있고 무엇보다 거의 먹질 않는다.
정말 아기로 돌아간듯 돌 아기만큼 먹고 있다.
아침 세 수저, 점심은 귤 한 개? 이것도 겨우 달래서 먹는 수준이다.
오늘 아침 다시 찾은 소아과. 오픈 전 8시 40분쯤 갔음에도 이미 대기자 수가 9명이나 있다.
명품 매장 오픈런도 안 해봤는데, 소아과 오픈런이라니.
오늘은 출근도 포기하고, 아이를 봤다.
대낮에 낮잠 자는 아이 옆에 있으니 육아휴직 시절이 생각났다. 낮 시간 아기랑 나 말고는 아무도 없던 1년 반 동안의 시간.
사람의 소리라곤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 아니면 나의 혼잣말뿐이었던 시간.
그 시간이 평화롭기도 하고, 이유 없이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다 저녁에 신랑(사람)이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오늘은 유치원도 태권도도 못 가고, 구몬 선생님만 와 계시다. 오늘의 첫 외부인(?)인 셈이다.
아이도 나랑만 있는 게 지겨웠는지, 오시기 한참 전부터 장난감 기차를 보여주겠다고 들떠서 기다렸다.
전혀 먹질 않으니, 불량식품이든 뭐든 먹겠다는 건 다 주려고 하는데
콕 짚어 전자레인지용 팝콘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 호기롭게 마트에 사러 갔다가 없어서,
이미 만 사천보를 걸었음에도 온 길을 돌아온 편의점을 뒤졌다. 그럼에도 못 구해서 가장 비슷한 맛으로 사 왔다.
아이가 원하는 걸 어떻게든 극성맞게 구하려고 하는 부모님들을 사실 예전엔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는데,
역시 직접 경험하기 전까진 뭐든 속단하면 안 되는 것일까.
산수유 열매를 구하려는 아버지의 시가 떠올랐다.
학창 시절에 이 시를 배울 때도 무덤덤하게 '주제=아버지의 사랑, 부성애'라고 영혼 없이 필기했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때 난 알았을까, 팝콘 하나 구하러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온 마을을 비장하게 뛰어다닐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