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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17. 2022

회사에서 먼저 인사하면 개이득인 이유

어색하다는 이유로 꽤 긴 시간 서로 인사 없이 지내다, 대뜸 용기 내 인사했던 후기를 쓴 적이 있다. (아래 링크 참고)

회사에서 먼저 인사해야 하는 이유




'인사'라는 게 참 묘하다.

먼저 하자니 괜히 굽히고 들어가는 것 같고, 또 괜히 했다가 무시당할까 걱정도 되고.

(저 사람에게 앞으로도 부탁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내가 먼저 인사까지 해야 하나? 하는 오만한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무언가라도 내 의지로 변화를 주고 싶었고, 저런 잡념들을 떨치고 말 없는 선배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생각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내가 있는 이곳의 장점도 설명해주시고, 배고플 때를 대비해 비상식량의 위치도 알려주셨다.

심지어 그 후로 먼저 인사해주시기도 했다.




그리곤 몇 달이 지난 지금의 나는 다음 주 인도 출장을 앞두고 있다.


출장으로 인해 <1박 2일> 막내 조연출 때 이후로 처음 사용하게 된 전도금.

(*전도금은 불가피하게 법인카드로 결제가 안 될 경우, 현금 사용을 위해 제작비를 선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이에 관한 통화를 하던 중 내 자리에 프린터 연결이 안 됐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지..." 하다가, 옆 자리 선배님한테 "혹시 프린터 연결하는 법 아세요...?"라고 물었다.

먼저 용기 내 인사를 드렸던 그 선배님이다.


살짝 당황하신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아 그건 말이죠. 원격으로 신청하시면 되는데~"라며 전혀 몰랐던 방법을 알려주셨다.

전화 한 통이면 원격 설치는 물론 프린트 테스트까지 완료해주는 툴이 회사에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어제 통화하시는 거 얼핏 들으니 혹시 해외에서 전도금 사용하실 일 있으세요?"


그렇다고 하니, 신청 방법과 정산 방법은 물론 출력해가면 유용할 공사 영수증 파일까지 보내주셨다.

타 부서에 와서 낯선 곳으로의 해외 출장이 내심 부담이었는데, 귀국해서 정산할 때 한 번 같이 봐주시겠다고 까지 해주시니 마음이 상당히 놓였다.


본인의 업무가 아님에도 어려우면 도와주겠다는 말이 회사에선 얼마나 따뜻한 한 줄기 빛인지 모르겠다.


신입 때 편집 툴을 하나도 모를 때, 연예인 얼굴 동그랗게 파는 거 하나 못해서 땀 뻘뻘 흘리고 있을 때 기꺼이 나타나 준 선배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선배들은 나를 옆에 앉혀놓고 이것저것 알려주는 건 기본이고,

1차 편집본을 피디, 작가가 모여 다 같이 보는 시사 시간.

초보 피디였던 내가 괜히 편집으로 욕이라도 먹을까 봐 내 순서에 같이 와서 지켜봐 주고, 극성 엄마처럼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다 혹시 지적이라도 받은 날엔 바로 나를 회사 앞 편의점으로 데려가서 캔맥주를 사주면서 기죽지 않게 위로해주었다.


그런 선배들 대다수가 지금 곁에 없지만, 그런 인간적인 애정을 듬뿍 받은 나는 아직 이 회사에 남아있다.

아마 소심한 내가 용기를 내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넬 수 있었던 것도 수년 전 선배들이 보여준 대가 없는 호의와 친절 덕 아니었을까.


첫 입봉작 촬영 때도 대가 없는 깜짝 사랑을 보내준 선배들이다.


새삼 감사합니다. 그리운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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