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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16. 2022

엄마, 강아지를 보니 우동이 생각났어

생일도 늦고, 또래에 비해 말도 느린 7세 아들.

요즘 자기 전에 주로 동물 사진책을 읽어달라고 하는데, 어제는 <개>라는 책을 가져왔다.

다양한 종의 개를 아이 눈높이에 소개하는 책이었다.


책에서 등장한 '샤페이'

샤페이를 보자마자, 아이가 멈칫하더니

"어??"라고 했다.


이렇게 주름이 많은 강아지를 처음 봐서 놀랐나 싶었는데, 바로 이어서 말하기를


"엄마, 나 우동이 먹고 싶어 졌어. 갑자기 우동이 생각나는 마음이야."라고 말했다.

(요즘 "~하는 마음이야"라는 말을 많이 쓴다.)


꼬불꼬불한 강아지의 주름이 우동가락처럼 보였나 보다. 무섭기는커녕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우동을 닮은 강아지라며 더 좋아했다.




그리고 이어서 보게 된 <소>에 등장한 사진

"어??" 독특한 소의 외모에 또 한 번 멈칫하는 아이.


이번에도 놀란 건가 싶었는데,

"이거...엄마 닮았네. 머리가 기니까."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어쩌다 보니 수년간 박완규 머리 스타일을 고집하는 중인데,

집에서 부스스하게 있는 내 모습이 저 소를 연상시켰나 보다.


아직 말을 배우는 단계인 아이의 어설픈(?) 표현을 듣다 보면 웃음이 날 때가 많다.




어느 날, 퇴근한 나를 붙잡고 자랑하듯 말하길,

"엄마엄마, 선생님이 (본인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 안에 가 있대."


"니???? 아 뇌?? 뇌 말하는 거야?"


그러자 한껏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 없어하며) "아닌데, 선생님이 '니'라고 했는데..."


대충 맞다고 할걸 괜히 지적해서 애 기를 죽였나 싶었는데, 바로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아 맞다맞다. 생각주머니가 있대. 여기 안에 생각주머니가 있어."라고 했다.


아이들에겐 발음부터 다소 어려운 '뇌'라는 단어 대신 선택한 '생각주머니'라는 표현이 오히려 참신하고 귀여웠다. 이 단어를 익힌 후로는 뭔가 생각이 안 날 때면, 검지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 "생각... 생각..."이라고 읊조리는 아이.


'생각주머니'에 손가락을 대고, "생각, 생각"이라고 말하면 번뜩하고 생각이 날 것만 같은가 보다.


어설픔마저 사랑스러운 나이.

오류마저 웃음 짓게 하는 나이. 더 너그럽게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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