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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03. 2022

하루 중 아이에게 가장 궁금한 것

성적, 교우관계보다 더 궁금한 한 가지

아이에게 항상 1순위로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매일 똑같은 걸 물으니 남편이 같은 질문 좀 그만하라고 해서, 다른 질문을 짜내 보기도 하지만 끝내 궁금한 한 가지는 아래와 같다.


"오늘 점심 뭐 나왔어? 몇 등 했어? 꼴등 했어?"


원체 식탐 없고 편식이 심한 아이. 어느 기관을 가든 먹는 것에 대한 지적 및 걱정을 들어왔다. 보통 새로운 음식이 나오면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라도 먹어 볼 법한데, 왜인지 아예 외면부터 하는 타입이다.


그나마 아이에게 익숙한 몇 안 되는 음식은 곰탕, 미역국, 양념 없이 구운 고기와 생선, 소스 없는 돈가스 정도고 이 외에는 전부 낯선(=안 먹는) 음식이 된다. 빵도 크로와상 같은 무맛(?)류만 먹는다.


하지만 유치원 생활을 하다 보니 억지로라도 다른 반찬을 먹어야 하는 상황. 사실 이전에 담임 선생님이 양자택일을 하게 해 주셨었다.


1안) 맨밥만 먹더라도 먹는 것만 먹게 둔다. (강요하지 않는다.)

2안) 아주 적은 양이라도 새로운 음식을 먹도록 돕는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기에 2안을 골랐다. 그래서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매운 김치는 못 먹는 아이. 아이 입장에서만 보면 잔인한 건, 식사를 먼저 마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식판을 비울 때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오늘도 나는 꼴찌였어'라는 풀 죽은 아이 말을 들으면 신경이 엄청 쓰인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오늘 점심 식단 사진



보통 매일 올라오는 식단을 보면 분명 못 먹었을 음식이 훤히 보여서 한숨부터 나오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인 돈가스와 크로와상이 동시에 나왔다. 식판을 보고 안도한 건 처음이었다. 집이었으면 분명 "오예~"하며 식탁에 앉았을 것 같은데, 부디 제시간에 잘 먹고 신나게 노는 점심시간이었길.


아마 오늘도 집에 가면 지겨운 질문을 또 하게 될 것 같다.

"오늘 돈가스랑 크로와상 나왔던데 잘 먹고 재밌게 놀았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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