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7세 아들에게 훅 들어온 질문.
-"엄마엄마, 나 여덟 살이 되면 어떻게 돼?"
-"멋진 형님이 되는거지.“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또 묻는다.
-"그래에? 그럼 아홉 살이 되면?"
-"더더 멋있어지지."
-"그럼 열 살 되면?"
-"열살 되면? 음..."
대답을 고민하며 문득 열 살 된 아이를 상상하는데 울컥 눈물이 났다. 이렇게 애틋하고 귀여운 아기 시절이 일순간 꿈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내가 울자 "엄마 왜 울어, 울면 나도 슬퍼 진단 말이야."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일순간 조용히 잠이 든 아이.
잠든 아이를 샅샅이 살펴보니 아직 아기스러움이 가득하다.
내 손바닥보다 작았던 두 발은 여전히 내 손크기를 넘지 않고,
이름과 내 전화번호가 새겨진 아가용 미아방지 목걸이를 목에 꼭 차고 있고,
돌 때부터 입던 수면 조끼와 아가용 내복을 입고 새근새근 소리와 함께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배.
여전히 배냇머리처럼 가늘고 아가 냄새 가득한 머리카락,
장난으로 마녀 흉내만 내도 엄마가 없어진 것 같아서 무섭다고 바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자기 전에 "기차 꿈꿔~"라고 말해주면 진짜 기차가 나온다고 믿고 잠드는 내 아기.
그저 내 눈엔 키가 조금 자란 '대형 아기'같기만 한데, 곧 이 모습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다시 오지 않을 짧고도 소중한 시간에 나는 얼마나 충실했나 하는 쓴 의문도 들었다.
예전에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일할 때, 출연자가 다 큰 딸의 얼굴을 보며 '보시다시피 우리 딸 얼굴이 돌 때랑 지금이랑 똑같다'고해서 객석의 아유를 받은 적이 있다. 나도 그 장면을 편집하며 공감보다는 '딸 사랑이 지극하시구나. 딸 바보 시구나.'정도로 생각했는데, 내가 딱 그런 마음이다.
일곱 살 내 아가야, 오래오래 엄마 아가로 있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