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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Dec 06. 2022

전임 까기는 헬스장에서도 국룰

예고 없이 트레이너가 바뀌고 10회 중 2회를 남겨둔 차에 새 트레이너가 왔다.


신,구 트레이너 둘이 그렇게 짠 것도 아닐 텐데 나에게 알려주는 모든 게 정 반대라 혼란스럽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것만 정리해보자면,


1.인바디는 운동 후에 vs 운동 전에


일단 시작부터 "이전 트레이너와는 인바디를 왜 운동 후에 재셨죠?"라는 물음에 할 말이 없었다.

운동 후에 재면 혈류가 어떻게 되어서 결론적으로 맞게 나오는 게 단 하나도 없는데 왜 그러셨냐는...

그럼 그간 여덟 번도 넘게 재고 분석했던 인바디는 뭔가요?라고 물으니 그냥 허허 웃으신다.


2. 몸무게보다 체지방률이 중요 vs 몸무게만이 불변의 진리


예전 트레이너 분은 '몸무게는 절대 보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심지어 몸무게 변화가 없어도 체지방률이 내려가고 근육이 올라가면 칭찬을 했었다.


그러나 바뀐 트레이너의 말로는 병원에서 쓰는 인바디 기계 아니고서는, 체지방량(근육량) 값을 전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인바디 회사마다 판이하게 다르고 또한 여성의 신체 특성상 생리, 배란일 등에 따라 체지방량이 4kg까지도 차이 나기 때문에 오직 '몸무게'만 보면 된다는 얘기.


"예전 선생님이 몸무게는 절대 보지 말라고 하셨는데..."라고 얼버무리자, 단호하게

"아뇨 아뇨. 몸무게만! 보셔야 해요."라고 말을 끊는다.


3.크레아틴 먹어라 vs 크레아틴은 남자나 먹는 것 


트레이너의 훈련 루틴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양제 섭취 여부를 두 분 다 체크하셨다. 그중 예전 트레이너 선생님이 권해주신 크레아틴을 운동 전에 먹고 있는데, 듣자마자 그건 먹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크레아틴은 근육량 저장을 늘려야 하는 본인과 같은 선수급 남자들한테나 필요하고, 나에게 필요한 정도의 크레아틴은 하루에 계란 두 알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한다.


차라리 오메가3와 비타민 B, 마그네슘, 칼슘을 먹어야 한다고 쿠팡 링크를 한 무더기 보내주셨다. 


4.1일 4식 해라 vs 대회 나갈 거 아니면 그럴 필요 없다


소화시키는데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므로 꼭 4시간에 한 번씩은 음식 섭취를 할 것을 강조했던 전 트레이너. 

새로 오신 선생님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하신다.


대회 나가는 선수들이나 하는 방식이고 그냥 일반식을 먹으면 되고, 식사 간격이 길어지면 프로틴 음료를 한 병 먹으라고 한다. 이것도 또 다르다. 예전 선생님은 프로틴 음료의 함량과 흡수율이 미미하므로 먹을 필요 1도 없다고... 차라리 오이를 먹으라고 했는데.


듣다 듣다, "죄송한데... 예전 선생님이랑 너무 정반대의 얘기를 많이 하셔서 저 너무 혼란스러운데요?ㅜㅜ."라고 말하니 또 별 대답 없이 허허 웃으신다.




의도적으로 예전 담당을 비하하고 매도하려는 건 아니었을지 몰라도, 우리도 흔히 나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전임 까기(?) 기술을 많이 활용한다.


방송국 피디 입장에서도 누군가 맡던 프로그램을 이어서 맡으면, '나였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라는 식으로 한바탕 비난부터 하기 바쁘다. 입으로 까내리는 건 뭐 너무나 쉽고 간편하니까. 


그래서 잔뜩 흠집을 잡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으니 그나마 비용과 시간이 덜 드는 자막 폰트나 세트 디자인이라도 괜히 좀 바꿔본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거쳐간 선배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일말의 연민 없이 '거봐 내가 더 잘하잖아.'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일단 내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이나 담당자를 비방하는 것은 가장 흔히 선택하는 방식인 것 같다.


암튼, 의욕 넘쳤던 헬린이는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PT 기간 연장은 안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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