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비아 토마토와 트레이너의 핵거절 대화법
여전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내돈내산 피티를 받는 중이다.
사실 초반에도 식단을 하긴 했지만, 밤에 저칼로리랍시고 맥주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그랬다.
매 끼니 식단을 찍어서 트레이너한테 보내는데, 남편이 왜 맥주사진은 안 보내냐고...ㅋㅋ
먹을 때마다 빨리 이것도 찍어서 보내라고 했던 부끄러운 과거.
과거를 청산하고, 근 1주일간은 트레이너의 성실한 압박에 발맞춰 식단을 지키고 있다.
식단관리를 제대로 하니까 너무 단 게 당기고 배가 고팠다. 그때 트레이너가 추천해 준 '스테비아 토마토'
먹자마자 아 뭔가 '사카린(옛날 사람을 인증하는 단어 느낌)'을 퍼먹은 느낌으로 굉장히 불쾌했다.
그렇지만 합법적으로 먹을 수 있는 단 식품이 이거 하나니, 집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없으면 초초할 정도.
그럼에도 맛은 여전히 불쾌한 포만감을 넘어서 좀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밥맛 떨어지는 그 느낌.
마침 피티 시간에 트레이너가 스테비아 토마토는 먹어봤냐고 묻길래, 확 인상을 쓰며
"이 토마토를 먹었더니 좀 뭐랄까... 밥맛 떨어지는 느낌이더라고요ㅜㅜ"라고 하소연했다.
사람이 속이 안 좋다는데 당연히 걱정을 해줄 줄 알았으나 뜻밖의 반응.
심지어 얼굴에 화색마저 돌았다. 징징댔던 게 민망할 정도로.
트레이너의 이 같은 핵거절(?) 커뮤니케이션이 꽤 된다.
나약한 회원들의 의지에 채찍질을 더해줘야 하는 역할인 만큼 그런 쪽으로 발달되었나 싶은데,
어느 날은 굉장히 나를 가여워하는 표정으로,
"회원님, 혹시 음식양을 줄이니까 힘이 없거나 그러세요...?"
'오 혹시 더 먹게 해 주려는 건가?'라는 반가움에 쌤 말대로 너무 힘이 없다고 오바육바를 했더니 하는 말.
"아, 더 먹는다고 힘이 더 생기진 않아요."
"아 네..."
그리고 또 다른 날.
피티를 하는 중에 유독 어지러워서 얘기를 했더니,
"아 어지러우세요?"
"네네ㅜㅜ"
"아주 훌륭해요."
"네?"
"어지럽다는 건, 평상시 당을 이렇게 많이 먹던 사람인데 그걸 안 넣어주니 몸이 **반응을 하는 건데 다이어트가 잘 되고 있다는 거니까 얼마나 좋습니까아~^^"
"아, 네..."
이러한 맥락에서 스테비아 토마토가 개인적으로는 몸에 잘 안 맞고 해로운 것 같다고 했더니,
"맞아요, 당연하죠! 인공적인 재료로 달게 만든 건데 얼마나 안 좋겠습니까아~"
"(소심하게)소화도 안 되는 것 같..."
"당연하죠! 소화도 안 되고 가스도 찰 거예요. 인공적인 거잖아요. 그래도 밥맛이 떨어진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아~"
어쨌든 함께 한 기간은 길지 않지만 트레이너의 이런 핵거절 커뮤니케이션과 관리덕에
새해에 앞자리가 바뀌는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곤 있다.
매일 핵거절을 당해도,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