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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14. 2023

밥맛 떨어진다고요? 얼마나 다행입니까아

스테비아 토마토와 트레이너의 핵거절 대화법

여전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내돈내산 피티를 받는 중이다.


사실 초반에도 식단을 하긴 했지만, 밤에 저칼로리랍시고 맥주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그랬다.

매 끼니 식단을 찍어서 트레이너한테 보내는데, 남편이 왜 맥주사진은 안 보내냐고...ㅋㅋ

먹을 때마다 빨리 이것도 찍어서 보내라고 했던 부끄러운 과거.




과거를 청산하고, 근 1주일간은 트레이너의 성실한 압박에 발맞춰 식단을 지키고 있다.

식단관리를 제대로 하니까 너무 단 게 당기고 배가 고팠다. 그때 트레이너가 추천해 준 '스테비아 토마토'

스테비아 토마토

먹자마자 아 뭔가 '사카린(옛날 사람을 인증하는 단어 느낌)'을 퍼먹은 느낌으로 굉장히 불쾌했다.

그렇지만 합법적으로 먹을 수 있는 단 식품이 이거 하나니, 집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없으면 초초할 정도.


그럼에도 맛은 여전히 불쾌한 포만감을 넘어서 좀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밥맛 떨어지는 그 느낌.

마침 피티 시간에 트레이너가 스테비아 토마토는 먹어봤냐고 묻길래, 확 인상을 쓰며


"이 토마토를 먹었더니 좀 뭐랄까... 밥맛 떨어지는 느낌이더라고요ㅜㅜ"라고 하소연했다.


사람이 속이 안 좋다는데 당연히 걱정을 해줄 줄 알았으나 뜻밖의 반응.


"그래요? 캬 얼마나 다행입니까아~" 


심지어 얼굴에 화색마저 돌았다. 징징댔던 게 민망할 정도로.




트레이너의 이 같은 핵거절(?) 커뮤니케이션이 꽤 된다.

나약한 회원들의 의지에 채찍질을 더해줘야 하는 역할인 만큼 그런 쪽으로 발달되었나 싶은데,


어느 날은 굉장히 나를 가여워하는 표정으로,

"회원님, 혹시 음식양을 줄이니까 힘이 없거나 그러세요...?"


'오 혹시 더 먹게 해 주려는 건가?'라는 반가움에 쌤 말대로 너무 힘이 없다고 오바육바를 했더니 하는 말.

"아, 더 먹는다고 힘이 더 생기진 않아요."

"아 네..."


그리고 또 다른 날.

피티를 하는 중에 유독 어지러워서 얘기를 했더니,

"아 어지러우세요?"

"네네ㅜㅜ"

"아주 훌륭해요."

"네?"

"어지럽다는 건, 평상시 당을 이렇게 많이 먹던 사람인데 그걸 안 넣어주니 몸이 **반응을 하는 건데 다이어트가 잘 되고 있다는 거니까 얼마나 좋습니까아~^^"


"아, 네..."


이러한 맥락에서 스테비아 토마토가 개인적으로는 몸에 잘 안 맞고 해로운 것 같다고 했더니,

"맞아요, 당연하죠! 인공적인 재료로 달게 만든 건데 얼마나 안 좋겠습니까아~"

"(소심하게)소화도 안 되는 것 같..."

"당연하죠! 소화도 안 되고 가스도 찰 거예요. 인공적인 거잖아요. 그래도 밥맛이 떨어진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아~"


어쨌든 함께 한 기간은 길지 않지만 트레이너의 이런 핵거절 커뮤니케이션과 관리덕에

새해에 앞자리가 바뀌는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곤 있다.


매일 핵거절을 당해도,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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