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추접스럽게 만드는 다이어트
(저칼로리랍시고) 맥주 빼돌리기 및 트레이너에게 거짓 보고를 하지 않고,
진정 식단+운동 지킨 지 2주를 향해 가는 시점.
(말투는 다정하지만) 뭔가 치밀한 악덕 구단주 타입의 트레이너님과 3백 정도가 들어간 내돈내산 다이어트는 순항 중이다.
근데 클린 식단으로 배를 채워도 이 허기짐과 음식에 대한 갈망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술만 좋아하지, 식탐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 이런 얘기했을 때도 트레이너는 핵 단호하게 말했었다.
"아니에요. 날씬하신 분들 본인은 진짜 많이 먹는다고 하죠? 하루 같이 살아보세요 진짜 조금 먹어요. 우리랑 먹는 게 달라요 아예.
그리고 뚱뚱한 분들 먹는 게 없다고 하죠? 계속 먹어요. 애들이 남긴 거 먹고, 과자 지나가다 주워 먹고. (저 몰래 저 사찰 하시나요?) 근데 그건 먹은 걸로 본인이 안쳐요. 그래서 그래요. 근데 그게 칼로리는 어마어마하거든요?"
아아 네.
세치 혀로 뼈를 백만 대 정도 맞은 덕에, 스테비아 토마토로 간식의 유혹을 잘 뿌리쳐왔는데,
커피와 함께 먹는 무언가를 너무 먹고 싶은 것. (다이어트한다면서 가지가지한다 싶지만.)
그래서 찾게 된 곤약 쫀드기
칼로리는 두 개에 115칼로리, 낮은 건 아니지만 먹으면 불어나(?) 포만감이 커진다고 하니 믿으며 흡입.
그리고 다이어트하는 이 와중에 맛없을까 봐ㅋㅋ소심하게 한 개만 샀는데,
두 개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나만 사길 다행이다 싶다.
맛은?
안 먹다 먹으니... 별 게 다 감동적으로 맛있다.
이 맛있는 물질에 뭐가 들어갔을까 궁금해서 원재료명을 보니,
밀가루, 설탕, 찰보리가루, 현미분말, 계피가루....
역시 백색 가루가 인격을 완성한다. 심지어 제조원명이 "리얼쫀득"이다. (광고 아님.)
필사적으로 저칼로리 간식 찾아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은연중에,
"에휴 뭘 저러면서 살을 뺀다고, 그냥 먹지. 어차피 요요 올 것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뭔가에 홀린 듯이 곤약 쫀드기와 곤약 젤리, 곤약 주먹밥 등을 미친 듯이 검색하고 쇼핑하는 날 보며,
지난날의 오만함을 또 한 번 반성한다.
오늘 점심엔 185칼로리 곤약찰바를 먹겠다고 했더니, 트레이너가 말했다.
"ㅎㅎ두 개 드세요."
흔치 않은 답변인데, 두 개를 먹으라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