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출산.
하긴 뭔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됐겠냐만은 학부모도 그렇게 됐다.
그나마 입사 정도가 여러 번 떨어지는 바람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한 게 되려나.
어쨌든, 2016년 출산을 했고 시간이 흘러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예비 초등생의 학부모가 될 예정이다.
사실 연말 공연이다 방송이다 하면서 정신을 놓고 있다가 이모가 아이 입학 기념으로 책가방을 사주겠다고 하는 걸 '이미 남편이 사둔 게 있다고 말리다가' 확 실감이 났다.
글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취학통지서.
어떤 엄마들은 취학통지서를 보고 '이렇게 컸구나'하는 생각에 감개가 무량해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진 않았다.
다만, 예방접종 안 한 게 있는지 전산관리 시스템을 들어가 보고,
그 작은 몸에 그렇게 수십 번의 예방 주사를 맞았다는 기록을 보고 새삼스레 놀랐다.
그리곤 예비 소집일이 이틀이나 연속으로 있던데 이런 경우 해당 초등학교에 물어보면 날짜를 알려준다고 해서 전화해보니 둘 중 아무 날이나 하루만 오면 된다고 한다. 취학통지서와 아동을 꼭 데리고 오라고.
사실 초등 학부모가 된 솔직한 심경은 감개무량보다는 부담감이다.
네시에 마치는 유치원과 달리 오후 1시면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아이는 학교가 끝나는 그 시간에 집으로 못 올지도 모른다.
더 쉽게 말하면 그 상황에 아이를 받아줄 어른이 없으면 집으로 오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제시간에 데려올 수 없는 보통의 맞벌이 가정은 아이 학교가 끝나는 시간부터 바로 돌봄 교실을 이어서 보내고 셔틀이 가능한 태권도 등의 학원으로 보낸 뒤 저녁 즈음에서야 아이가 집으로 오는 스케줄을 만들어 놓는다.
하교 후 시간을 그렇게 때운다고 쳐도 등, 하교는 부모가 하지 못하면 대신해줄 사람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이 초등 입학 때 휴직을 필수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이상한 시스템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시스템.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 가서 친구 만들어주고 할 때 한 푼이라도 벌겠다고 혹은 자아실현하겠다고 아이 적성에도 안 맞는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무성의한 엄마가 되어야 하는 시스템.
남편도 '아이 교육에 신경 좀 쓰자'라고 말하는데,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상 일터에 오면 멀티가 잘 안 되는 편인데, 아예 일을 끊고 전업이 되어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지.
괜히 맘카페만 하나 더 가입해서 '초등', '휴직' 이런 키워드만 넣고 검색해볼 뿐이다.
내 얘기인 양 복사한 것 같은 인생과 고민들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