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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Dec 14. 2022

내 아들이 꼴찌 레인에 있더라도

정작 꼴등 안 해본 엄마의 아들 공감 육아

재수 없을지 몰라도 나는 학창 시절 꼴등을 거의 안 해봤다. 물론 본격적으로 ‘피디가 되기 위해 명문대를 가야겠다‘고 결심한 고등학교 이전에는 성적이  전혀 뛰어나진 않았다.


그래도 아무리 안 좋았을 때도 평균 70점 언저리 정도로 꼴찌 하기엔 애매한 점수를 유지했다. 그리고 다들 이 정도는 할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20여 년이 흘러,

아들의 엄마가 되어 처음으로 참관한 유치원 수영 수업.


좌측부터 1번 레인이라면 제일 끝 레인에 아들이 있었다.

뭔가 '나머지 반'스러운 그곳에 우리 아들과 다른 친구들 두 명이 더 있었다.


엄마, 아빠를 발견하자마자 세상 밝은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대는 아들. 콩깍지겠지만 마냥 천사 같았다.


반 친구들이 똑같은 수영복을 입고 우르르 수영장으로 들어올 때 남편도 천사들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수영 참관 수업일뿐인데, 뭔가 신비로운 발레를 선보일 것만 같은 자태였다.




"이제부터 각자 자녀가 있는 레인으로 이동하셔도 됩니다."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꼴찌 레인 쪽으로 이동했다.


자세부터 곧은 좌측 1번 레인 친구들은 일사불란하게 오리발을 끼고, 어른 뺨치는 기량으로 접영, 평영 등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1번 레인과는 무관하게 진행된 꼴찌 레인 수업.


일단 나머지반 친구들답게(?) 키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고 자유형을 한 바퀴 돌더니, 두 번째로는 아무 도구도 없이 자유형을 하는 아들! 그마저 너무 신기했다.


반대편 엄마 쪽으로 얼른 나와서 인사하고 싶었는지 나름 꼴찌 레인에서도 스피드를 내서 온 아들에게,


"네가 1등이야. 최고야."라고 말해줬더니,

"내가아~? 1등이야~?" 하며 좋아하는 아들.


적극적으로 지도해주신 선생님도 존경스럽고, 누구보다 주눅 들지 않고 환하게 웃는 아들도 기특했다.

남편 말대로 오늘 저녁에 꼭 파티를 해줘야겠다. 자기 딴에는 얼마나 자랑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까.


퇴근을 서둘러야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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