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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12. 2023

비혼주의자라고 떠벌릴 필요가 없는 이유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_김달 에세이

"떠벌린다"는 표현이 좀 격할 수도 있겠으나, 만나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도 비혼주의임을 천명하는 상황에선 좀 표현이 격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결혼'은 당분간 나에게는 절대 없을 일이며, 아주 아주 나중에 내가 성공하여 내 삶에 만족했을 때(대체 언제...?)나 고민해 볼 거라고 건방지게 자부하며 떠들고 다녔다.


반면 남편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결혼이나 가족이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편이었다. 상대가 진지할수록 나는 더욱 나의 고집이 확고한 철학이라도 되는 듯 우겨댔다.


그러다 아빠가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간에 전이된 상태로 4기라고 했다.

당시 내가 의지할 가족은 없었다. 그때 지금의 남편인 남자친구가 있었다.


감정에 휩쓸려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정신 차리라고 따끔한 말도 해주고 음식도 갖다 주는 사람이었다. 이기적이지만, 어찌 보면 나는 생존을 위해 결혼을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아빠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너무나 크게 다가와서 나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내 가족이 생기지 않으면 나 또한 휩쓸려 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제야 나는 비혼주의라고 말해왔던 내 모습이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김달의 에세이를 보며 다시금 느꼈기에 그 구절을 아래에 그대로 옮겨왔다. 




요즘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자주함으로써 벽을 칠 필요가 있을까? 상대가 나와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사귀고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은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가치관을 존중받기보다 오히려 이 사람은 결혼 생각이 없으니 내가 깊게 책임지거나 진지하게 많나지 않아도 된다고 치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이것을 느끼는 순간 솔직한 말은 독이 된다. 

결혼뿐 아니라 연애에서도 책임감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사귀자'라는 말에 우리는 왜 의미를 부여하는가? 그 말에는 관계에 대한 책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나에 대한 책임을 얕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관계는 순탄하게 흘러가기 힘들다. 그러므로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건, 시작도 하기 전부터 내 약점을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P.147~168, 어디까지 속 이야기를 해도 될까 중


인생에서 어떤 풍랑을 만날지도, 어떤 축복을 만날지도 그 누구도 모른다.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감히 확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불어 내가 상처받지 않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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