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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07. 2023

"빠순이 주제에."

『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_조윤경 지음

"빠순이 주제에!"

초등 저학년 시절 친오빠가 나한테 했던 말이다.


당시 이 말을 듣고 나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고, 그야말로 치고받고 개싸움(?)을 했다.

내가 저 말에 욱한 이유는 단 하나, 저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야, 이 돼지야."라는 말에 욱하는 이유는 진짜 내가 돼지이기 때문이라는 걸)



『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라는 책은 SM아티스트의 곡들을 주로 작사한 작사가 조윤경 씨의 책이다.

나의 가슴을 뛰게 했던, 세기말 1세대 아이돌들의 곡의 가사들을 곱씹은 책으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읽고 나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래 문장이다.

(중략) 학교 친구 만나러 나간다고 뻥을 치고 사이버친구를 만나러 나간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갑도 챙기고, CD플레이어도 챙기고, 카메라도 챙기고, 집에서 직접 컴퓨터로 하나하나 출력한 오빠들 사진이랑 앨범들까지 가방 가득 무겁게 짊어지고! 지금 같으면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챙기면 되었을 여정이라고 생각하니, 그 무거운 가방이 어딘가 좀 귀엽게 느껴진다. -p.43 <Peace B is my network ID 중>


실제로 조흥은행에 줄을 서서 실물 콘서트 티켓을 샀던 세대로서 공감이 많이 됐던 부분이다.

요즘은 팬문화가 달라졌다곤 하지만 결국 매주 금요일 뮤뱅 앞에 줄 서있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때와 달라진 게 거의 없어 보인다.

<저기 하얀 눈이 내려 저 하늘 모두 내려> -핑클 WHITE 중

확실한 건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한 연예인의 팬으로 살면서 세상을 알아갔던 시절이 내 인생에 꽤 큰 임팩트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내향적인 성격이었음에도 콘서트에 가기 위해 떼도 써보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걸어보고 싸우기도 해 봤던 시절.


두렵고 무서웠던 만큼 가슴 뛰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예능 피디가 된 지금도 그때의 기억으로 지금도 사는 듯이다.


싫은 일은 이제 그만하고 더 늦기 전에 설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새해.


지금도 여전히 내 신분 중 하나인 '팬'으로서 나와 같은 팬들을 위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으며 가슴 뛰는 일을 꼭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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