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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재능을 이기는 시간의 힘

<인생의 해상도>_유병욱

by 편은지 피디
<인생의 해상도>_유병욱 중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비웃는다.

함부로 조소하고 한심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그들이 한심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연출한 프로그램 안의 출연자들에 대해서도 쉽게 말하고 평가하고 소비한다.


예능 기획자로서 소비가 대부분 감사하지만 때로는 씁쓸한 이유다.

그러던 중 읽게 된 책에서 발견한 문장.


현존하는 절대적인 슈퍼파워는 결국 시간 같아요.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고,
시간의 힘을 등에 업은 사람은 가벼운 재능을 자랑하던 이를 끝내 제압합니다.


시간의 힘을 등에 업은 사람은 가벼운 재능을 자랑하던 이를 제압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출연자 중 악플에 괴로워하는 이에게 보내주고 싶기도 했으나, (나만 좋아하는) 책을 권한다는 게 혹시 또 꼰대스럽게 보일까 봐 참고 넣어두었다.


그러나, 바보스러울지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해낸 사람은 남다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게 대단치 않은 일이라도 그냥 묵묵히 오래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칭송받을만한 일이다.


실제로 가슴에 손에 얹고 의식주를 제외하고 대가 없이 당신이 꾸준히 해온 일이 무엇이 있는가.


나의 경우 업무 외에 꾸준히 해온 일을 꼽으라면 책 읽기와 최근에는 달리기다.


달리기는 하루도 안 빼놓은 지는 세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1년 이상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책은 정말 어린 시절부터 뭐든 가리지 않고 읽었고

지금도 어딜 가든 2권 이상은 꼭 들고 다니는 게 그냥 일상이자 습관이다.


잘난 척 같지만, 그저 나에게는 20년 이상 지속해 온 일이기에 특별할 것도 없고

물이 없으면 목이 타는 것처럼 그것들이 없으면 어색하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러닝 역시 그것을 안 하는 한 시간 동안 크게 딴 게 할 게 없어서 달린다.

한 시간 안 달릴 동안 하릴없이 휴대폰이나 끄적일 바에는 뛰기라도 하자는 생각이다. 특별할 게 없다.

그러나 매일 지속하고 있기에 조금은 남다른 것이다.


러닝은 실력을 논하기에는 겨우 한 시간에 10km를 달릴 뿐이지만,

독서는 그 기간이 오래되었기에 특정 주제가 주어지면 금방 글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출간 제의를 받고 집필 기간을 의심(?) 받을 정도로 신속하게 원고를 작성해서 보내곤한다.

그 과정은 늘 즐겁고 마감을 앞서서 지켜내는 것 또한 아마 앞으로도 지속 될 나의 습관일 것이다.


그래서 혹여나 출판사에서 원고가 마음에 안 들어 통으로 고칠 것을 지시해도 큰 부담이 없다.

다른 주제로 다시 금방 쓰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속의 힘은 크다.


출연자들 또한 누군가는 한 장르의 음악을, 연기를 지속해 온 이들이다.

아무리 부정하고 깎아내리려고 해도 깎일 수 없는 그들의 자산이자 실력이다.


가끔 마음에 안 들고 누군가를 흠집 내고 싶을 때,

내가 지속하고 있는 것과

그가 지속하고 있는 것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자.


나도 가끔 조소 어린 비웃음이 맺히려고 할 때 잠시 멈추고,

하긴 그래도 저 사람은 그거 하나는 잘하지, 오래 했지... 하는 생각으로 멈추려고 노력해 본다.


시간의 무게는 가벼운 재능을 쉽게 이겨버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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