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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31. 2023

은지 너 또 지상렬 부르려 그러지?

『술로 50년, 솔로 50년』_지상렬X김진태 지음

책 욕심이 너무 많다.

거기에 성격도 급해서 속독을 한다. 


결론적으로 '물리적으로' 책을 너무 많이 읽는다. 자랑이 아니라... 읽는 권수가 많은데 비해 공들여 정리를 하지 않으면 오래 기억을 못 하는 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읽은 책들을 머리에 새길 목적으로 '독서록'을 손으로 쓰기 시작했고, 대학가면서부터는 싸이월드에 책 표지와 함께 옮겨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싸이월드가 문을 닫으면서 네이버 블로그로 옮겼으나 너무 양이 많다 보니;; 정신만 없는 기록이 되어버렸다. 지금 들어가 보니 나름 추린 건데도 327권의 북리뷰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추려둔 북리뷰들


브런치에 북리뷰 매거진을 발행하고 나서부터는 더 고민이 생겼다. 완독 한 책은 쌓여만 가는데 추천하기엔 뭐 하고 그렇다고 남는 게 아닌 것도 아닌 책들. 


죄다 올리기엔 고민없이 100개를 금방 채울 것 같아서 서랍에만 저장해 두고 발행하지 않은 게 20개는 되는 것 같다. 

그중 하나인, 지상렬과 김진태 작가님의 책 <술로 50년, 솔로 50년>. 두 분 다 개인적 친분은 없다.



지상렬은 내가 중1 때부터 꾸준히 관심을 갖던 연예인 중 한 명이다. 열정 만렙이었던 그 당시 지상렬 팬카페에 가입했다가 아빠한테 혼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혼나기까지 해야 했나 싶은데, 아빠는 '뭐 저런 놈을 좋아하냐'라고 화를 냈고, 반복되는 지적을 듣다 못해 "아빠 보다 나아!"라고 사춘기 소녀의 심정으로 반항했다가 아빠가 진심으로 삐져서 꽤 긴 시간 동안 말을 안 했다.


꼭 대화를 해야 하는 순간에도 "은지 쟤는 지 애비보다 지상렬 같은 이상한 놈이 낫다고 한 애야. 참나."라며 노여움을 풀지 않았던 아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빠만큼 감정에 충실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잘 울고, 잘 웃고, 잘 토라지고. 은연중에 나도 그 모습을 빼다 박았겠지?


암튼, 외모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을 테고 그냥 사람이 편하고 좋아 보여서 좋았다. 일하면서는 해피투게더 시즌4 첫 방송 때 게스트로 한 번 봤다. 중요한 회차라 회의 때 내심 지상렬을 추천했던 기억이다. 그날 주인공이 한지민 씨였는데 엄청 긴장했는지 평소보다 실력 발휘를 못했고, 회의에서 지상렬을 부르자고 했던 나도 동시에 민망해져서 선배 눈을 피했던 기억이 난다.

https://tv.kakao.com/v/391484523


그 선배는 지금도 연예인 섭외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신다.

"은지 너 또 지상렬 부르려 그러지? (혼난다 아주)"


지금은 마구잡이(?)로 추천보다는 개인적으로 만나볼 생각은 있다. 마침 <주접이 풍년>을 같이했던 이태곤 오빠와 절친이라고 해서 곧 보게 될 것 같다. 


암튼 책은 예상외로 엄청나게 두꺼웠고, 생각보다 역사 문화적 고증이 탄탄했다. 시대별로 정리된 사회, 문화 분야 꼬꼬무라고 봐도 될 정도. 평소 지상렬이라는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없고,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추천할 만할 책인 것 같다.





평소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 상갓집에 갔을 때 영정사진을 보면 '아, 언젠가는 저 자리에 갈 텐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영정사진을 보면요, 이주일 형님도 그렇고 코미디언으로 살다 가신 분들의 영정사진은 거의 다 웃고 있는 사진이더라고요. 평생을 남을 웃기며 사셨는데 영정 사진 속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또 슬프게 울잖아요. 미국 원주민 인디언 중에 나바호족이라고 있어요. 나바호족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대요.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웃었다.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웃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라
상렬이가 생각하는 가장 멋있는 삶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에 웃는 삶, 그렇게 마지막을 맞으면 행복한 삶 아니겠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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