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차별화_믹스』_안성은 지음
지난 주말에 읽은 책 <믹스>
책 출간을 앞두고 책 제목 고민을 무척이나 하던 터라 일단 이 책의 제목이 간명해서 (물론 이 책의 저자도 제목을 정하는 과정은 엄청 쉽진 않았겠지만) 살짝 부러워(?)하며 집어든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미지가 많은 책을 선호하진 않는데 내가 몰랐던 정보들이 많아서 그래도 멈추지 않고 완독 했다.
특히 필사 구절을 찾아서 타이핑하다 보니 곰표의 운명이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KBS의 운명과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30년 뒤 고객들의 장바구니에 곰표가 있을까?’
대한제분 직원 중 누구도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다. 확신이 없는 만큼 두려웠다. 곰표가 30년 뒤에도 잊히지 않게 하려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따분한 브랜드 곰표가 MZ세대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가지고 놀아야 했다. 이때 곰표가 찾은 솔루션이 ‘과거’, 그리고 ‘콜라보’였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표’라는 복고적인 네이밍과 투박한 곰표의 디자인을 전면에 부각했다. 때마침 ‘뉴트로 New-Retro’ 열풍이 분 것도 곰표에게는 천운이었다.
너무 여기저기서 많이들 '위기'라고 얘기해서, 오히려 위기가 아니라고 착각할 만큼 지상파 KBS는 여러모로 위기다. "위기가 기회다"와 같은 뻔한 문구로는 덮어지지 않을 만큼 위기는 위기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위기 돌파책으로 예나 지금이나 '힙한 화제성'을 지향으로 KBS가 달려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곰표가 투박하기 그지없는 네이밍과 우직한 곰의 디자인을 버리지 않았듯 우리도 버리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혹자는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젊은 피디답지 않은 아주 게으른 마인드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 채널에서 언제 가도 온몸을 긴장하게 하는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처럼 휘향 찬란하고 힙스터 그 자체인 것으로 히트를 해도, (배 아프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굿즈만 내도 쭉쭉 팔리는 그런 MZ 지향의 타 채널이 있다면, 우리 채널은 시장 밑바닥부터 성공한 효자 가수 박서진의 얘기를 담아야 하는 것이다.
가난을 이겨내고 아픈 부모님을 모시고 끝내 성공하는 삶 자체를 세련됨을 추구하는 사람이 보기엔 조금은 촌스럽다고 평할지 몰라도 우리 채널에서는 기꺼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콘텐츠가 간절히 필요한 소비층이 있고, 냉정하게는 그 소비층이 우리의 주 시청자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전과 도약을 추구하는 리더층은, 이 소비층 외에 젊은 소비층을 끌어오는 것이 피디의 역량이자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첫 제작발표회 때 밝혔듯이 나는 티비를 가장 좋아하고, 주 소비 매체가 티비인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다가가는 피디가 되고 싶다. 조금 투박할지라도 말이다.
곰표가 그 방식으로 결국 소비자의 저변을 넓히고 장기적 자리매김에 성공했듯이 머지 않은 시기에 우리 채널도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