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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07. 2023

직장인 카톡 메세지 숨은 뜻 직독직해

웃는 게 진짜 웃는 게 아님을 알아주세영 :)

전화 통화 포비아가 언급될 정도로 메신저를 이용한 텍스트 대화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육성으로 전화를 걸고,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선뜻 용기 내 받지 못하는 젊은 층이 많은 게 현실이다.

(사실 언젠가부터 나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할 때에는 심호흡을 한 번쯤하고 하는 편이다.)


메신저가 대화의 주된 방식이 되었기에, 텍스트의 미묘한 차이에서 감정이 드러나기도 하고, 그 미묘함을 캐치해 보려고 발악하기도 한다.

나는 방송국 직원으로서 전형적인, 다시 말해 위계질서가 명확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업무를 하며 느꼈던 카톡 문장을 해석해보자고 한다.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내가 느낀 감정대로 정리해 보면


-혹시 확인해 보셨을까요~? => 내가 보낸 지가 언젠데, 나는 노는 줄 아냐. 빨리 피드백을 줘라
-확인 부탁드립니다:) => 얼른 피드백 줘라, 개자식아.


보통 아랫사람이 상사한테 하거나 업무 관계상 을이 갑에게 주로 쓰게 되는 문장이다.

내용은 전부 '되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고 답을 빨리 달라.'라는 건데,

일말의 예의와 배려로 '혹시', '~(물결 표시)', ':) (웃는 이모티콘)' 등이 들어간다.


상욕이 나오지만 상욕을 할 수도, 대놓고 재촉할 수도 없는 입장의 사람들이 욕 나오는 입을 꾹 닫고 꾹꾹 눌러쓸 수밖에 없는 문장이다.




'네'라는 답변도 쓰는 방식에 따라 감정이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네 => 화났음. 드라이한 상태

-네. => 마침표를 추가함으로써 더더욱 화났음을 표현.

-넵 => 예의가 없지도 있지도 않지만,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 대답하려고 하는 상태(*실제로 내가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넵넵 => 아직 예의와 발랄함을 갖출 에너지가 남아있음. 혹은 실제로 없어도 그렇게 보이고 싶음

-넵ㅜㅜ => 뭔가 망했거나 켕기는 게 있지만 상사에게 말할 수는 없음.

-헉 넵ㅜ => 개 망했음. 상사의 수습이 필요함.


이 밖에 "넹", "네넹" 등도 있지만, 태어나서 써보질 않은 표현이라 그 심리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았을 때 애교 있어 보여서 귀여워 보인다는 소견 정도...


지극히 나의 주관적 해석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객관성이 확보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상사의 말 중에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이 있으면 기탄없이 or 사회에서 만난 형, 누나라고 생각하고 편히 얘기하라."라는 말에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른 의견은 일기장에 쓰거나 일단 모아뒀다 나중에 퇴사할 때 이메일로 보내는 방법을 추천한다.

사회에서 만난 형, 누나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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