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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07. 2023

헬로카봇은 아기들만 보는 거야?

아기가 되기 싫은 아기 이야기

-엄마 토마스랑 헬로카봇은 아기들만 보는 거야? (*참고로 토마스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차 캐릭터다.)

-아니~ 그런 게 어딨어. 좋아하면 보는 거지.

-아니야, 최민준이 그런 건 아기들만 보는 거래.

-(당황) 그래? 꼭 그런 건 아닌데...




곧 유치원 졸업을 앞둔 아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기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몇 달간 잘 가지고 다니던 헬로카봇 수저세트와 물통을 갑자기 바꿔달라고 난리였다.

캐릭터는 둘째치고 손에 거는 고리가 있어서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유치원에서 누군가가 '헬로카봇=아기들용'이라는 얘기에 상심한 것이다.

젓가락질 보조 고리가 있던 헬로카봇 젓가락

친구들 말을 듣고 온 날 당장 헬로카봇이 그려진 물병부터 바꿔달라고 난리 더니, 당장 바꿔줄 것 같지 않자

싱크대 높은 곳에 몇 년째 올려둔 아기 때 쓰던 빨대 보온물병을 가져가겠다고 난리였다.


어쨌거나 새로워 보이는 물통을 가져가면 친구들이 근사하다고 말해줄 것 같았는지 전 날부터 기대가 한가득이었다.


그리곤 보온물병을 가져갔던 그날 저녁,

"엄마 나 포켓몬 물병 사줘, 이거(보온물병)는 아기들만 쓰는 거래. 최민준이 내 건 아주 시시하고 지겹대~ 민준이랑 똑같은 포켓몬 물병 사달라고!"


사주겠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 맹렬하게 "제발~ 제발~"하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에게

"포켓몬 물병 안 사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는 말은 아이가 아는 최상급의 무서운 협박성 표현이다.)


그래서 주문한 포켓몬 수저세트와 물병.

젓가락질 보조 고리가 없어서 불편한데도 막무가내로 친구와 똑같은 걸 사겠단다.

내 입장에선 "그렇다고 뭘 똑같은 걸 사, 뭘 그렇게 의식해~"라고 말했지만,

아이 귀에는 들리지 않는지 "의식이 무슨 말이야?"라고 관심 없이 대꾸하며,

민준이가 깜짝 놀랄 것 같다며 한껏 기대 중이다. (미안한데, 안 놀랄 것 같아서 벌써 엄마 마음이 아프다ㅜㅜ)


물론 민준이는 또래보다 키도 크고 똘똘하고 반에서 인기도 많은 친구다.

그에 비해 우리 아들은 생일도 늦어 키도 작고, 또래에 비해 어설프고 가장 아기 같은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친구 중 하나다


반에서 인기 많은 친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수저와 물통이라도 필사적으로 바꿔보려는 늦된 아들이 짠하면서도 굳이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그리고 수저를 바꿔서라도 아기가 되기 싫은 우리 아들은 현재,

내복과 아기용 수면조끼를 입고, 팝콘을 먹으며 <극장판 뽀로로>를 보고 있다.


아는 분들은 다 알 것이다.

수면조끼X뽀로로의 조합은 곧 아기X아기의 조합이라는 걸...


(엄마눈엔 다 귀엽기만 한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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