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할 뻔했던 너의 통찰력
미래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았던 중학교 시절,
<미래 학원>이라는 곳을 꽤 오래 다녔다.
그중에서도 나는 소위 말하는 '꼴반'에 속해있었다.
꼴반이라 함은,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의 "조용히 좀 해라! 여기 좀 봐라!"라는 호통 소리가 수업 오디오보다 더 비중이 많은 문제반이었다.
꼴반답게 다들 평균 이하의 성적을 가지고 있는 건 공통점이었지만 개개인의 특성은 전부 다 달랐다.
한 마디도 안 하는 친구, 백 마디 하는 친구, 가만히 못 앉아있는 친구 1,2,3...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산만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말도 많고 행동도 분주해서 전 과목 선생님들에게 지적을 받는 친구.
나도 꼴반이었던 주제에 그 친구만큼은 이해가 도저히 안 됐다.
그래서 보다 못해 한 마디 했다.
"쟤는 진짜 왜 저러냐?"
그러자 뒷자리 남자애가 한 마디 했다.
"진짜 모르냐? 그냥 나 좀 봐주세요 하는 거지."
이 말에 중1이었던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냥 '나 좀 봐주세요'하는 관심을 갈구할 뿐이라는 것을 간파하는 동급생의 통찰력과 표현력.
물론 은연중에 같은 꼴반 소속으로서 그 아이에게 아예 기대치가 0이었던 것도 작용했겠지만,
거짓말 좀 보태서 그 친구가 조금만 잘생겼더라면 그리고 당시 김광태라는 국어 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을 안 좋아했더라면 진짜 반할 뻔했다.
그 이후로 과학 선생님이 산만한 교실 분위기에 단단히 화가 나서 구두굽으로 단상을 꽝꽝 차버리고 수업 중간에 나가 버려서 다들 어안이 벙벙했을 때도 그 친구는 맨 뒷자리에 앉아 도인처럼 한 마디 할 뿐이었다.
"그냥 나 좀 봐주세요~ 하는 거야 쌤도. 그냥 그러시게 두자."라고.
지금은 흔히 '관종'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지만,
"나 좀 봐주세요~"라고 말했던 그 아이의 표정과 말투보다 더 적확히 인간의 보편적 관심욕구를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요즘 나도 가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주 '나 좀 봐주세요~' 하고플 때가 많아서인지, 유독 미래학원 꼴반 맨 뒷자리 있던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난다.
중1때 이 정도의 통찰력이었으니 어디서든 온전히 자기 몫을 하며 인기쟁이로 살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