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불면증 극복기

남편 말이 또 맞았다

by 편은지 피디

길게 쭉 통잠을 못 자는 편이다.

꼭 애매한 새벽시간인 세 네시쯤 깨서 거실로 나가 물도 마시고 휴대폰도 만지고 한 시간쯤 딴생각을 하다가 다시 자는 게 꽤 오랜 습관이었다.


그 결과 당연히 아침에 가장 피곤하고 예민하고,

아침은 내 인생에서 되도록 늦게 왔으면 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남편은 일단 몸을 고되게 하라고 했다. 절로 잠이 올 거라면서.

그런데 당시 등산도 자주 하고 운동량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편이라, 잠이 올만큼 운동하려면 뒷산에 타이어라도 끌고 올라가야 할 판이었다.


이렇게 나는 고품질의 수면을 보장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하며 체념하는 찰나,

남편이 휴대폰을 침대 근처에 두지 말고 거실에 아예 두고 오라고 했다.


"엥? 말도 안 되지. 급한 전화 올 수도 있잖아."


내 말에 같잖은 핑계라는 듯, 그런 급한 전화는 오지 않으며 온다해도 조금 늦게 답변해도 큰일날일 없다고 했다.


나는 바로 수긍을 못하고,

'만약, 가족 중 어른이 아프다고 갑자기 연락이 온다면...?' 하는 불길한 상상에 꼬리를 물어 그날은 휴대폰을 평소처럼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잤다.


휴대폰을 아예 다른 장소에 두고 자라는 말은,


30년 가까이 손 닿을 거리에 휴대폰을 두고 잠들어 온터라,

옷을 입고 자던 사람한테 실 한 올도 걸치지 말고 자라는 것처럼 어려운 미션으로 들렸다.


그러다 잠을 너무 푹 자고 싶던 어느 날,
속아보자는 심정으로 과감히 휴대폰을 거실 소파에 두고 침실로 들어왔다.


눕자마자 휴대폰 상황이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브런치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은 없었을까? 구독자는 안 늘었으려나."

"아까 예고 수정하라고 한 말에 답은 뭐라고 왔을까."

"내일 점심 약속이 누구랑 있었더라." 등


그러나 거실까지 나가는 게 귀찮아서 그만두고 지쳐 잠들었다.

그리고 휴대폰과의 잠자리 독립 다음 날.


놀라울 만큼 너무너무 개운했다. 중간에 깨지 않은 건 물론이었다.

휴대폰 상황도 놀라울 만큼 아무 일도 없었다. 그 흔한 광고 카톡하나 없다니 오히려 수치스러웠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내 휴대폰은 침실에 출입을 금하고 있다.

내가 자는 동안 거실 소파 충전기에서 충전만 하고 있을 뿐이다.


취침시간은 곧 나도 휴대폰도 온전히 각자 충전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반항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남편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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