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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12. 2023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죽고 못 사는 잉꼬부부는 아니다.

연애기간까지 합치면 10년을 넘게 본 사이어서 볼 때마다 설레고 그런 것도 없다.

하긴, 누가 결혼해서까지 설레면 최소 부정맥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큰 용건이 없으면 평소 자주 연락도 하지 않는다.

단독으로 영상통화? 그런 거 해본 적 없다.

아이가 커가니 아이가 하도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처음 해봤다. 물론 아이 끼고 셋이서.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 물으면 결혼을 추천하는 편이다.

그러면 일시에 주목을 받는다.


"되게 행복한가 봐?"

"남편이 돈을 잘 버나?"

"특이하네~ 여자 최수종이야 뭐야" 등등.


보통 사람듯이 그렇듯, 신랄한 남편 험담과 함께, '결혼은 죽음처럼 최대한 미룰수록 좋은 것'이라는 톤으로 맛깔나게 얘기해야 대화에 스며들기 쉽다.


나도 '미친 듯이 행복하거나 남편이 수억을 벌거나 여자 최수종이라서' 결혼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의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시기인 건 맞다.


여기엔 남편의 엄청난 내공의 인내와 희생이 있었음은 당연하다.


게다가 남편은 나의 가장 나약한 음지의 영역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간파하는 사람이다.


일로 만난 사람들이나 심지어 헬스 트레이너도 도통 나의 속을 모르겠다고 한다.

힘들어도 얼굴에 티가 안 나니 운동 강도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정작 남편 눈에는 내 속이 너무나 손바닥 보듯 잘 보이는 것 같다.


"네가 이런이런 상황에 가면 너의 성향상 백 프로 주눅 들 테니까 이러이러한 행동을 해라. 준비를 해라." 등 상처나 타격을 받기 전에 선보호 장치를 티 안 나지만 살뜰히 챙겨주는 편이다.


표현은 못하지만 가장 고마운 부분이고,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아침부터 결혼했음에, 부족한 나에게 남편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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