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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12. 2023

넌 왜 나영석처럼 돈 받고 이직 안 해?

속도 모르는 이것들아

선배님, 부럽습니다(...)

"너는 왜 나영석처럼 이직 안 해? 이직하면 돈도 많이 주잖아."


평소 비행기에서 직업란을 채우거나, 모르는 사람이 직업을 물으면 그냥 회사원이라고 말하지만, 

피치 못하게 둘러댈 수 없는 경우나 KBS 동료 피디가 타 회사로 이직이라도 하면 특히나 많이 듣는 질문이다.


아니, 딱히 발전 없는(?) KBS에 다니는 게 이해불가인지 혹은 무능해보이는지 유독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같은 답변을 녹음해서 재생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자주 물어보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유는 실제로도 천사죠? 유재석 착하죠?" 이 질문 정도의 빈도인 듯하다.


이번에도 나의 동기 피디의 이직소식이 들렸다. 실제로 이 친구 말고도 나의 예능 피디 동기의 절반이상이 다 퇴사(이직)했다.


많이들 물어보듯, KBS만 탈출하면 돈도 많이 번다는데 이직을 안(못)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1) 일단 그럴싸한 제안이 없다.

뭐 설명이 필요 있나. 나는 스타피디도 아니고, 고작 <주접이 풍년>이라는 첫 프로그램으로 입봉 한 풋내나는 커리어를 소유한 피디다. 이런 나에게 큰 제안이 있을 리가.


2) 수 억을 받고 이직한다는 건 극히 일부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나가면 연봉도 많이 주고, 힙하고 재밌는 예능 프로도 훨씬 많은데 왜 KBS에 계속 있어?" 이 말은 즉슨,

"너도 살도 빼고 한껏 꾸미면 뉴진스처럼 예쁠 텐데 왜 그러고 사냐?"는 질문과 같다고 보면 되려나.


두 가지가 가능성이 아예 빼박 0%에 수렴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거 좋아하고 맥주좋아하는 우리네 친숙한 몸뚱이가 뉴진스로 거듭나기가 쉽지 않듯, 큰 경제적 보상을 약속받고 이직 제안을 받는 것은 성과가 혁혁한 일부 피디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한민국에 각종 피디의 수는 굉장히 많다.

우리가 손에 꼽는 유명한 피디만 기억하니까 사람들은 피디는 나영석 피디 정도만 있는 줄 알겠지만, 이 시간에도 이름 모를 프로그램에서 혹은 프로그램도 없이 열일하는 피디들이 수천 명은 된다.



KBS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가 분명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여기 남아있는 마지막 이유,

고지식해 보이고 뼛속까지 KBS인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수치스럽지만 나는 공영방송인 KBS피디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애초에 위의 1,2번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쥐어짜 낸 이유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실은 KBS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믿고 있는 신념이다.


분명, 타 채널이 가질 수 없는 KBS의 장점이 있다. 위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만 보더라도 우리 채널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티비'가 가장 친근한 매체이자 주요 매체인 사람들, 사회적 약자나 어른들을 위한 일.

이 생각으로 <주접이 풍년>이라는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제작 발표회 때 그 어떤 매체보다 '티비'가 가장 친근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게 회사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 왜냐하면 중, 노년층은 구매력이 없는 계층으로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같은 신념을 유지한 채 계속 제작을 하고 싶다면, 내가 돈을 벌어와야 한다.


결론적으로, 돈을 벌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은 시기다.

질문만 하지 말고 누가 답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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