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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27. 2023

시간대별 헬스장의 온도차

역시 공간을 만드는 건 사람들

#저녁 7시~9시 : 멋쟁이 근육맨들의 시간



나의 경우 주로 퇴근 후에 피티를 받다 보니 저녁 시간에 헬스장을 자주 갔었다. 

이 시간에 가면 기본적으로 몸 좋고 젊은 2030 남녀회원이 많고, 기본적으로 여성의 경우 레깅스+크롭티, 남성의 경우 (팬티인가 싶을 정도의) 짧은 팬츠+민소매 차림이 많다.


사실 몸이 좋으니 가능한 차림이다. 그런 멋쟁이들이 가득한 곳에서 헬스장에서 유료로 제공되는 요상한 소재의 찜질방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는 것 자체로, '저는 헬스 초짜입니다.'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 초짜가 나다.


이 시간대의 유저들 손에는 기본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에너지 드링크 혹은 단백질 음료가 쥐어져 있고, 손에는 스트랩이 감겨있다. 그리고 헬스 고수들의 각종 무게 치는 굉음과 신음이 난무한다. 물론 나는 쥐 죽은 듯 조용히 땀만 흘리고 있다. 




#아침 7시 30분~9시 30분 : 동네 사랑방 타임


요 며칠은 공복 유산소를 위해 저녁이 아닌 아침에 헬스장을 가봤다. 오전에 처음 갔을 땐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헬스장을 제 발로 찾는 사람들이라니, 얼마나 무림고수(?)들이 많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갔다. 그러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일단 무게를 치는 사람은커녕 헉헉대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사람들도 없다.

평화롭고 우아한 백조처럼 자전거를 타는 어머님들과 어머님들의 대화소리로 가득했다. 심지어 탈의실도 "언니, 끝나고 새로 생긴 백숙집 갈려?"와 같은 점심 메뉴 정하는 활기찬 스몰토크가 난무했다. 


뭔가 고요한 아침시간에는 대화 하나 없이 차가운 도시의 헬스 고수들의 이용하는 기구 소리나 쇠질 소리로 가득할 거라는 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오히려 동네 사랑방 혹은 사우나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리 헬스장의 꽃중년 대표님이 맹활약하시는 시간이기도 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늘 정갈하게 포마드로 넘기시고, 헬스장 대표님답게 관리 잘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시는 대표님. 그런 대표님이 임영웅 님이 쓸 정도로 어머님들에게는 특히나 매혹적이고 치명적이라는 일명 '반존대'로 말을 건네신다.


"영숙 회원님, 스쿼트 몇 개 하셨어?"

어머님들 일순간 시선 집중.


"10개요~ 오호호홓>_<"

"에이, 더하시지. 열 개가 뭐야~그래도 잘하셨어^^"

"꺄아ㅎㅎㅎㅎㅎㅎ"


꽃중년 대표님의 치명적 반존대에 어머님들이 까르르 소녀처럼 웃으신다. 

저녁에 쇠질과 신음소리가 난무하던 그곳이 맞나 싶다.


낮과 밤이 다르듯 그렇게 확연히 다르다.

역시, 공간의 생김새를 만드는 것은 그 안에 사람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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