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세 이전까지는 “애가 왜 이렇게 말랐어요?”라는 말에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말랐었고,
그 이후로는 늘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비만인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대학에 오고 나서 젊음 때문이었는지 일시적으로 잘도 뺐다가 음주를 즐기며 확 늘었다가 무한 반복을 하며 살았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늘 볼품없는 비만인으로 돌아와서 살게 되었다.
어쩌다가 중요한 사진을 찍는 날에도, 결혼식에도, 심지어 첫 입봉작인 <주접이 풍년>의 제작발표회를 앞두고도
다이어트에 실패한 채로 사진이 찍혔다. 큰 의지가 없었다는 말이 맞다.
분명 의지가 발동되어야만 하는 비루한 몸과 상황인데 전혀 꿈쩍도 않는 스스로에게 나중에는 실망조차 되질 않았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는 늘 받아왔다.
올 초 책 쓰기를 시작하며, 북토크와 강연 등의 일정이 잡혔을 때쯤
눈치 없이 몸무게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주변을 의식한 소리가 아닌 진짜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J형 인간과 정반대에 서있는 나는 플래너 자체를 쓰질 않지만, 그날은 달력에 최고치 몸무게를 적어두고 아침 러닝과 저녁 크로스핏을 매일 하리라 다짐했다.
식단도 시작해 봤다. 그러자 2주 정도만에 3kg이 빠졌다.
그리고 이제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
총 8kg을 감량했다. 어제 인바디를 측정해보니 감량해야 하는 체중이 0kg이 나왔다. 최근 10여 년 동안 전혀 없던 일이다.
늘 부채처럼 감량해야 하는 체중과 복부지방이 있었는데 말이다.
평생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숙제와도 같았던 건강한 몸과 정상체중이 ‘책’ 하나로 이뤄지다니, 조금은 허무하기도 하다.
이렇게 2달 안에 될 일이었으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더 자신감 있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출간이 나에게 가져다준 행복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다이어트 성공이라는 게 놀랍고 나에게 그만큼 책이란 게 중요한 일이었다 싶다.
첫 책 고마워.
두 번째 책도 잘 부탁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674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