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처음인 너와의 순간을 이길 순 없겠지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한테 뭘 하자고 물으면 늘 먼저 묻는 말이 있다.
"엄마, 그거 내가 전에 해봤던 거야~?"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네가 해본 게 몇 가지나 있겠어. 거의 다 처음이지.'
본인이 살아온 75개월 남짓의 인생이 전부인 아이는 그게 얼마나 짧은지 모른다.
그래서 아이와 하는 일에는, 아이 기준으로 인생 처음인 것들이 많다.
최근 가장 설렜던 업그레이드이자 추억인 아이와의 첫 극장 데이트.
극장에 가자고 하니, 또 묻는다.
"엄마, 극장은 내가 가봤던 곳이야?"
"아니. 처음 가보는 거지."
그랬더니, "아니야 나 극장 가봤잖아. 옥토넛 만났잖아." 해서 생각해 보니
뮤지컬 인형극을 봤던 구민회관이 극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극장(?) 아니고 팝콘도 먹을 수 있고, 우리 집보다 티비도 100배로 크고, 의자도 엄청 크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곳이야.“
이렇게 말하니,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실 아이 앞에서 허풍을 떨면서 예매를 하면서도 내심 긴장이 되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시끄럽게 하면 어쩌나, 생각보다 영화가 긴데 나가자고 하면 어쩌나 등등
그래서 일단 한글과 영어가 모두 서툰 아이를 위해 더빙판 <어메이징 모리스>라는 애니메이션을 예매했다.
아이가 가장 기대했던 팝콘부터 사서 들려주고, 긴장하며 상영관에 들어갔으나 정작 관객이 우리 포함 총 네 명뿐이다.
영화가 시작됐고 앞선 걱정과 달리, 처음에는 소리 나게 "엄마 저거 봐봐"하면서 질문도 하더니 주의를 주니 이내 잠자코 말 한마디 없이 팝콘을 먹으며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나였다.
정작 아이는 덤덤한데, 나는 팝콘을 오물거리는 아이의 입과 집중하는 옆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과장 좀 보태서 10초에 한 번씩은 바라봤다.
그러다가 얌전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게 또 기특해서 손도 잡아보고, 춥지 않은지 계속 속닥거리며 물어보고, 쳐다보랴 챙기느라 정작 영화는 1도 못 봤다.
내 생에 그 어떤 이성과의 데이트에도 이렇게 영화에 집중 못할 정도로 옆모습에 홀딱 빠진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깜깜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아이얼굴을 보고 또 보고 만져봤다. 그리고 극장에서 나오니 한 뼘쯤은 아이가 더 자란 기분이다.
'이제 극장에도 같이 갈 수 있을 만큼 컸구나, 이제 엄마 말고 친구들이랑 가고 싶다고 하겠구나.' 하는 마음에, 괜히 앞서 서운해지기도 한다.
앞에 놓일 수많은 것들이 처음일 아이.
그래서 더 아름답고 조심스러운 아이와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