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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Apr 11. 2023

'살림남'이 그렇게 구린가요?

살림남 제작진의 섭외 비애

살림남에 메인 연출로 온 지 3개월쯤 됐나.

오기 전부터, 또 오고 나서도 질리도록 듣는 얘기가 있다.


"살림남 섭외 어려운 프로인 거 아시죠?"


(뭐 일단 시청률이 두 자리라면 하지도 않을 고민이겠지만)

주말프로그램이고 꾸준히 시청률이 나오는 프로그램인데도 섭외가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와보니 그렇기도 하다.


살림남 섭외가 어려운(=연예인들이 출연제안 선뜻 응하지 않는) 이유와 나름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1. 가족+집 공개에 대한 부담감

가족 공개도 부담스러운데 사적 공간인 집까지 공개해야 한다. 이는 가족이 없는 싱글남 혹은 가족이 있지만 비공개로 촬영도 ok.

집 공개 역시 원하는 구역, 예를 들면 서재만 오픈하거나 그마저 싫은 경우 일터만 오픈하는 방향도 ok


2. 다툼+갈등은 필수?!

"살림남 하면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밑바닥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

실제로 내가 메인으로 오기 전에도, 뭔가 살림남은 부부싸움 대판하고 울면서 상담받고 뭐 이런 신파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제 예능센터 최상부층에서도 이런 메이킹과 스토리를 원치 않는다.

2049 시청자 타겟팅을 노골적으로 주문하고 있으며, 진부한 갈등선 없이 자연스럽게 연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가족, 집 공개 안 해도 되고 안 싸워도 되는 건 알겠는데... '살림남'이라서 좀 그래요"

사실 이건 솔루션이 없는 불만이다.

'살림' 혹은 '살림남'이라는 단어 즉, 타이틀 자체가 '구리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다시 태어나거나 최소 개명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장시간 주말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는 제목이 세련됐니?라고 묻는다면,

시청률 두 자리를 장시간 탄탄히 유지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살림'이라는 단어는, 나에게도 '밥벌이의 지겨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요즘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스트레이 키즈에게 살림남 고정을 제안할 수 있을까?


"확신의 리더 스키즈 방찬은 아이돌계 살림남이니까, 살림남 해보면 어때요?"라고 물어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4%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알려온 프로그램 타이틀을 하루아침에 내 맘대로 과감히 폐기할 수도 없다.

이는 마치 새 프로그램 런칭과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 이제 살도 빼고, 패션도 신경 쓰고 마인드도 젊게 바꿀 거야!"라고 애원하는 나에게,


"알겠는데... 그냥 너 자체가 좀 구려."라고 말하는 너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그 답을 찾는 날 섭외의 어려움이 좀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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