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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Apr 21. 2023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를 만났다.

내 안의 갈증이 곧 대중의 갈증이라는 믿음이자 흥행공식

성격이 급해서(?) 드라마를 잘 못 보는 편인데 몇 안 되는 끝까지 완주했던 드라마가 <나의 해방일지>다.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본을 집필한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그저께 좋은 기회로 강연을 듣게 되었다. 먼저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흥행작과 경험치가 있어서이겠지만, 작가님의 확신과 자신감에 찬 말투와 태도가 보기 좋았고 같은 기획과 제작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부럽기도 했다.


나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작가님께서 하신 확신의 말 중에, 어떻게 히트할만한 or 대중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잡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


내 안의 갈증을 본다


내가 가장 급한 것, 간절한 것=갈증을 들여다보고, 그 갈증이 대중의 갈증일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나의 아저씨>를 쓸 때는, 실제로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서 감동을 받을 순 없을까라는 ㅇ머청난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꼭 외모가 수려하고 능력치가 대단한 주인공들만이 주는 감동이 아니라, 주변에 널려서 기억조차 안나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게 할 순 없을까 하는 갈증.


또 동시에 했던 생각이, "우리는 크게 불행할 거리가 딱히 없는데 대체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드라마에 나올만한 어마어마한 치정이나 가정사 따윈 없지만 그럼에도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은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다수가 그러하리라 하는 마음으로 영감을 받고 만들어낸 작품들이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들인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

주로 '인간'에 대해 천착해서 집필하지만, 의외로 영감을 얻기 위해 책이나 드라마는 전혀 안 보신다고 했다. 외부에서 나를 채워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래도 유일하게 영화는 좀 보는데 그 이유는 2시간 안에 끝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외에는 직접 '인간에게 부딪히면서' 영감을 얻으신다고 한다.

현재 가장 꽂혀있는(=꽂혀있기에 차기작의 주제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작가님이 일평생 가장 혐오하는 인간 유형이라고 한다.


실제로 박해영 작가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은 '자신의 무가치함을 가리기 위해 요란하게 허우적대는 인간'이라고 하는데, 이토록 이런 인간을 혐오하게 되는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게 바로 내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누군가를 미친 듯 혐오했지만 그게 결국 내 모습이었고 최종적으로 그런 나와 화해하는 것이 결국 차기작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라고 하시며 비밀을 지켜달라고 하셨는데. (흠...)



관객들이 피디로 구성되어 있는 강연이라, '기획에 대한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 핵이 정확하면, 즉 재미있으면 편성이나 투자는 어렵지 않게 받게 되더라라는 반박불가한 정공법으로 깨달음을 주셨다. 


덧붙여, 투자를 결정하는 데스크들도 결국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정말 돈만 생각하고 편성을 안 내주진 않는다고. 핵만 정확하면 된다고 자신 있고 명료하게 대답해 주었다.


이 명료함이 내 마음에 작게라도 가 닿았길 바라며,

박해영 작가와의 뜻깊은 만남을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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