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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Apr 25. 2023

가수 김수찬을 살림남에 데려오기까지

조연출 시절 섭외의 보고 <불후의 명곡>

김수찬을 처음 본 건, 몇 년 전 <불후의 명곡> 조연출을 할 때였다.


<불후의 명곡>을 조연출 당시를 떠올려보면, 사실 굉장히 지루했다.

매주 있는 녹화에 반복되는 출연자에 똑같이 반복되는 구성을 편집으로 기계처럼 담아내는 게 수월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내가 주로 맡은 건 출연자 인터뷰와 토크 대기실 녹화 진행이었다. 정말 코 앞에서 매주 다른 출연자들과 대화라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사실 질문은 늘 뻔했다.

-오늘 나온 소감은 어떤지?

-출연자 중 견제되는 인물은 누구인지?

-준비한 곡은 무엇인지?

-파이팅 한 마디


뭐 이런 식이 어서, 가끔은 지친 텔레마케터처럼 영혼 없이 질문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이때, 뻔한 질문에 다른 요상한(?) 답변을 했던 사람이 지금 살림남 출연자인 현진영이다.


"불후의 명곡 출연을 앞두고 아내한테 어떤 응원을 받았나요?"라는 나의 뻔한 질문에, 현진영이 답하길


"쓰읍... 어... 아내가 주둥이 조심하라고 그랬습니다. 너 그러다 세 치 혀로 망한다고..."


의외의 대답에 나는 빵 터졌고, 이후 현진영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료도 많이 찾아보게 되고,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살림남>에서 출연자로 만나게 되었다.


김수찬 역시 <불후의 명곡> 때 백스테이지에서 다른 출연자 무대에 들어간 특수 효과 개수를 세고 스텝들만 보는 결제 장부도 보면서 견제하는 귀여운 모습에 크게 한 번 웃은 적이 있었다. 어디서든 한 번 꼭 같이 일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는데 금방 군대를 가버려서 정작 첫 프로였던 <주접이 풍년> 때도 부르지 못했다.



그리고 살림남에 메인피디로 올초에 오게 되면서 다시 김수찬을 떠올렸다. 전역을 앞두고 있어서 전역 장면부터 팔로우해서 담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 낯가리던 회의 시간에 "김수찬 어때요? 시청률 잘 나올 것 같은데."라고 얘기해 봤다.


하지만 김수찬은 전혀 모르는 인물이고 찾아봐도 호감상이 아닐 것 같다는 작가님의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작가님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고, 공개할 가족도 애매해서 풀 얘기가 한정적일 것 같다는 의견. 사실 다 맞는 얘기라면 맞는 얘기였다.


섭외 제안을 피디가 할 순 있지만, 내가 저 출연자를 쓰고 싶다고 해서 마냥 우길 순 없다. 방송은 협업이기 때문이다.

내가 의지를 갖고 설득을 하던지 아니면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의외로 잠정적인 포기를 했다. 긴 시간 살림남을 성공적으로 끌어온 제작진의 의견이었고, 나는 이제 막 들어와서 사태 파악 중인 피디였기 때문이다.


그리곤 한 달쯤 지났을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른 작가님한테 "김수찬 진짜 별로예요? 미팅이라도 해보게 섭외전화라도 해보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미팅을 하게 됐고, 다행히 모두의 동의를 얻어 살림남의 최연소 출연자가 되었다.


미팅 때 한 얘기 중에, "일생을 남들 배경 역할만 해서 이제는 누가 날 불러도 '아, 잘 나가는 저 사람 뒤에서 깔깔이하라는 거구나.'하고 바로 알아듣는다."는 말이 와닿았다.


"우리 프로에서는 30분 동안 수찬 씨 얘기만 나갈 거예요. 단독으로." 이 말에 그렇게 설레했던 김수찬.

본인 인생에서 그래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이미 지난 첫 출연에 보란 듯이 최고 시청률을 만들어냈고,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프린수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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