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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y 09. 2023

메인 예능피디로서의 보람을 묻는다면

보잘것없는(?) 예능 피디의 삶을 놓지 않는 이유

난 메인피디가 된 지 고작 2년 차이다. 사실상 메인 피디로 치자면 초짜 중의 초짜이며 메인 아래에서 도우며 일하는 조연출로 산 세월이 더 길다.


그럼에도 메인피디가 되고 나서 개인적으로 느낀 최고의 보람은 내가 꾸린 출연진들과 후배들 혹은 스태프들이 서로 믿고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때인 것 같다.

<살림남> 현진영팀과 김수찬팀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출연진들이 각 팀에 배정된 편집 피디와 작가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모습을 보면 뭉클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최근 합류한 김수찬이 카톡 메인 프로필을 <살림남> 어벤저스 팀이라고 해놓은 걸 우연히 보고 (저 현장에 나는 있지도 않았음에도ㅋㅋ) 후배들이 너무 기특하고 뿌듯했다.


<살림남>은 오래된 프로그램이고 기존 스태프들이 워낙 잘하는 팀이기에 팀 조합에 내가 크게 의견을 보태진 않는 편이다.

기존에 꾸려져 있는 시스템에 메인 연출로 내가 합류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기획하고 연출했던 프로그램 <주접이 풍년>의 경우는 가장 중요한 작가진, 편집 피디들, 카메라팀, 자막 디자이너, 세트 디자이너 등 모든 스태프들을 내가 직접 선택하고 꾸렸었다.


언뜻 들으면 굉장한 권력이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다.


내 선택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공포와 내가 원하는 스태프의 조건과 그들이 원하는 조건(보통 비용)이 맞지 않을 때의 속상함 등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어렵사리 꾸려진 팀들이 서로 합심하는 모습을 볼 때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작년 <주접이 풍년> 연출 당시에 어떤 작가님이 지나가는 말로 "역시 메인피디는 용인술!"이라는 말을 나에게 하신 적이 있는데,


당시 정신적으로 여유가 아예 없고 꼬일 대로 꼬여있던 터라 저 말을 '뭐야... 나는 아무 능력도 없는데 운 좋게 사람들 잘 골라서(?) 이 정도 한다는 말인가...'로 곡해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쵸 우리 팀 피디들 진짜 잘하죠?"라며 달가운 칭찬으로 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많지도 않은 내 장점을 쥐어짜서 온갖 군데 손대는 것보다, 각 분야의 유능한 사람을 찾아 조합하는 용인술이 어쩌면 메인 피디로서 중요한 덕목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 내가 가장 흥미와 희열을 느끼는 사람인 것이 다행이고 감사하고 여겨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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