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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y 16. 2023

난생처음 받아 본 생일 선물

근데 이거 선물 맞죠? (feat. 크로스핏 생일 와드)

5월 15일 스승의 날, 내 생일이다.

별 다를 것 없는 생일이었고, 퇴근 후 크로스핏을 하러 갔다. 평소와 같이 운동을 마치고 소독제로 내가 탔던 로잉머신을 닦으며 정리하려고 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코치님이 다가오셨다.


"은지 회원님~ 로잉머신은 두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회원 모두 각자 알아서 정리하는 분위기였기에, '갑자기 왜 저러시지?' 싶었지만, 평소보다 무게를 올린 덕에 끙끙댔던 내가 안쓰러우셨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머지 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오셔서,


"오늘 생일이시죠? 저희가 생일이면 생일 와드를 하거든요. 그거 할게요."라고 뜻 모를 말씀을 하셨다.

*여기서 와드(WOD)란, Work Of the Day의 줄임말로 매일 다른 구성으로 할당되는 운동이다.


나를 위해(?) 준비한 이름도 생소한 '생일 와드'는, 로잉 머신의 계기판을 가리고 감으로 5kcal를 탄 뒤 오차 범위X20회 만큼 점프 스쿼트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생일 기념' 추가 운동인 것.


게다가 내향적 인간인 나를 더 당혹스럽게 하는 건, 

"다들 주목! 오늘 생일이신 회원님이 계셔서 생일 와드 진행하겠습니다!"라는 쩌렁쩌렁한 공지 멘트와 동시에 나를 둘러싸고 둥글게 선 회원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받으며 한가운데서 로잉 머신을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밝고 적극적인 회원들은 "열다섯 개만 하고 딱 멈춰요!", "파이팅 잘한다~"라며 응원해 주었고, 사실 5kcal에 딱 맞출 수 있었으나 코치님의 농락(?)에 두 어번을 더 휘젓고 나는 6kcal에서 로잉머신을 멈췄고,


오차 범위인 1kcal*20회, 즉 20회의 점프 스쿼트를 대표 코치님의 휴대폰 촬영과 둥글게 나를 감싼 회원들의 응원 속에서 해내게 됐다. '생일 선물 맞는 건가.' 싶었을 때 20개가 끝났고, 평소엔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치며 헤어질 시간에 코치님이 "은지 회원님"을 외치면, 나머지 회원들이 "생일 축하합니다"를 외쳐달라고 했다. (내향적 인간 좀 살려주세요ㅠㅠㅠㅠㅠ)


수줍기도 전에 발성 좋은 회원들의 

"은지 회원님!"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목소리가 크로스핏 박스 안에 울려 퍼졌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본 선물이자 축하였다. 생일 와드라니. 

하나하나 부딪히며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자존감 지킴이 크로스핏의 재미에 더 빠지길 바라며.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생일 축하 메시지. 

2023년 생일 최고의 메시지

예전에 나도 처음으로 메인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입봉을 할 때, 마찬가지로 FD로서 첫 시작을 했던 친구로부터 온 카톡이다. 


여느 FD처럼 적극적이거나 사교적이진 않았지만, 기계도 잘 다루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뛰어나고 정말 장점이 많아서 의지하고 도움 많이 받은 친구인데,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했을 때 괜히 내 마음마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의지했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으로 옮길 때 같이 일하자는 내 제안에 선뜻 응해준, 존재만으로 든든하고 힘을 주는 친구다. 내가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나를 많이 활용하고 이용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길 바라는 진심을 갖게 한 친구.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알고 있었다니 괜히 찡하고 표현이 평소에 없는 친구였기에 더 감동적인 메시지였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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