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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y 19. 2023

갓생 살기 1일 차 증상

부지런하거나 게으르거나 시간은 어차피 흘러가므로

크로스핏 한 달 차.

주말을 제외하고 월-금 5일 간 2주 째 올출석에 성공했다. 뭔가를 시작했을 때 올 출석에 대한 강박이 있는 편이다. 심지어 이건 학업 성적이 바닥이었을 때도 그래서, '이렇게 성실한데 성적이 왜 이모양이지?'라는 세간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보통 퇴근길에 들러서 운동을 했는데, 오늘은 저녁에 일이 있어서 올출석을 지키기 위해선  오전 수업을 들어야 했다.


오전 수업은 7시 딱 한 타임만 있다.


크로스핏 박스까지 집에서 거리가 꽤 있기에 늦을까 봐 5시에 기상해 조조할인을 받으며 5시 반 버스를 탔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아직 문도 열지 않은 크로스핏 박스 앞에서 코치님 사생팬(?)처럼 오픈을 기다렸다.


그리곤 코치 님 포함 다섯 명이서 수업 시작.

나를 제외하곤 늘 7시에 수업을 오시는 분들 같았다. 아침 운동 자체도 고된데 하필 오늘의 와드(WOD, Work Of the Day)에 3km 러닝이 포함되어 있다. 초면인 남자분과 러닝 메이트가 되어 달리고, 들어와선 스내치를 10회씩 총 10라운드를 시행했다. 땀과 물로 샤워까지 전부 마치고 나니 8시 반이 되었다.

5시에 시작한 하루. 길다 길어.

크로스핏 박스에서 회사까지 2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서 출근했다. 피곤에 쩌든 사람들 사이로 러닝을 마치고 젖은 머리로 출근하는 기분이 꽤 상쾌했지만 어제 잠까지 못잔터라 눈이 뻑뻑했다. 


그렇지만 그 상쾌한 기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굳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뒷문 출근길로 들어가 본다. 금요일은 뮤직뱅크가 있는 날이라 나만큼이나 부지런한 케이팝 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회사 뒷길

그리곤 부지런히 커피를 사서 편집실에 놓고, 아침을 먹으러 임원처럼 구내식당으로 간다. 스케줄로만 보면 거의 <성공시대> 정도는 찍어줘야 할 것 같은데, 섭외될 만큼 성공한 게 없어서 아직 찍기가 좀 그래서 아쉽다. 


신입사원 때 국장님이 본인이 가면 어머님들이 계란 후라이를 두 개 준다고 강추했던 아침 본관 구내식당. 

아재스러운 메뉴를 받아 들고, 우리 회사의 자랑 <아침마당>에서 구슬픈 노래에 팝핀현준이 춤을 추는 걸 보며 선짓국을 먹었다. 

구내 식당 메뉴와 티비

그리곤 이 시간에 글을 쓰며 11시 강다니엘 매니저 미팅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날이었으면 출근해서 11시 미팅으로 업무를 시작했을 하루인데, 5시에 일어나서 움직이니 벌써 여러 가지 퀘스트를 깬 기분이다.


아까 러닝을 할 때 아마도 매일 오전 7시 수업을 들으며 갓생을 사는 것 같은 메이트가 숨을 몰아쉬는 나에게 말했다.


"아마 점심 드시면 엄청 졸리실 거예요. 허허."


그런데 동기님(?) 어쩌죠. 점심 먹기 전부터 졸린데요...




그래도 크로스핏은 정말 그동안 내가 깔짝(?) 댄 건 운동이 아니었구나라는 걸 매일 느끼게 해주는 운동이다. 


내가 늦잠을 자나, 극성을 떨며 박스에 와서 운동을 하나 어차피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내가 침대에 있을 때 땀을 흘리며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걸 눈과 몸으로 확인한 오늘, 조바심이 느껴지는 하루다. 조바심이 발전의 연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뭔가 성공한 중소기업 CEO나 할 법만 멘트지만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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