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살기 1일 차 증상

부지런하거나 게으르거나 시간은 어차피 흘러가므로

by 편은지 피디

크로스핏 한 달 차.

주말을 제외하고 월-금 5일 간 2주 째 올출석에 성공했다. 뭔가를 시작했을 때 올 출석에 대한 강박이 있는 편이다. 심지어 이건 학업 성적이 바닥이었을 때도 그래서, '이렇게 성실한데 성적이 왜 이모양이지?'라는 세간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보통 퇴근길에 들러서 운동을 했는데, 오늘은 저녁에 일이 있어서 올출석을 지키기 위해선 오전 수업을 들어야 했다.


오전 수업은 7시 딱 한 타임만 있다.


크로스핏 박스까지 집에서 거리가 꽤 있기에 늦을까 봐 5시에 기상해 조조할인을 받으며 5시 반 버스를 탔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아직 문도 열지 않은 크로스핏 박스 앞에서 코치님 사생팬(?)처럼 오픈을 기다렸다.


그리곤 코치 님 포함 다섯 명이서 수업 시작.

나를 제외하곤 늘 7시에 수업을 오시는 분들 같았다. 아침 운동 자체도 고된데 하필 오늘의 와드(WOD, Work Of the Day)에 3km 러닝이 포함되어 있다. 초면인 남자분과 러닝 메이트가 되어 달리고, 들어와선 스내치를 10회씩 총 10라운드를 시행했다. 땀과 물로 샤워까지 전부 마치고 나니 8시 반이 되었다.

KakaoTalk_20230519_102858152.jpg 5시에 시작한 하루. 길다 길어.

크로스핏 박스에서 회사까지 2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서 출근했다. 피곤에 쩌든 사람들 사이로 러닝을 마치고 젖은 머리로 출근하는 기분이 꽤 상쾌했지만 어제 잠까지 못잔터라 눈이 뻑뻑했다.


그렇지만 그 상쾌한 기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굳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뒷문 출근길로 들어가 본다. 금요일은 뮤직뱅크가 있는 날이라 나만큼이나 부지런한 케이팝 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30519_102858152_01.jpg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회사 뒷길

그리곤 부지런히 커피를 사서 편집실에 놓고, 아침을 먹으러 임원처럼 구내식당으로 간다. 스케줄로만 보면 거의 <성공시대> 정도는 찍어줘야 할 것 같은데, 섭외될 만큼 성공한 게 없어서 아직 찍기가 좀 그래서 아쉽다.


신입사원 때 국장님이 본인이 가면 어머님들이 계란 후라이를 두 개 준다고 강추했던 아침 본관 구내식당.

아재스러운 메뉴를 받아 들고, 우리 회사의 자랑 <아침마당>에서 구슬픈 노래에 팝핀현준이 춤을 추는 걸 보며 선짓국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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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 식당 메뉴와 티비

그리곤 이 시간에 글을 쓰며 11시 강다니엘 매니저 미팅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날이었으면 출근해서 11시 미팅으로 업무를 시작했을 하루인데, 5시에 일어나서 움직이니 벌써 여러 가지 퀘스트를 깬 기분이다.


아까 러닝을 할 때 아마도 매일 오전 7시 수업을 들으며 갓생을 사는 것 같은 메이트가 숨을 몰아쉬는 나에게 말했다.


"아마 점심 드시면 엄청 졸리실 거예요. 허허."


그런데 동기님(?) 어쩌죠. 점심 먹기 전부터 졸린데요...




그래도 크로스핏은 정말 그동안 내가 깔짝(?) 댄 건 운동이 아니었구나라는 걸 매일 느끼게 해주는 운동이다.


내가 늦잠을 자나, 극성을 떨며 박스에 와서 운동을 하나 어차피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내가 침대에 있을 때 땀을 흘리며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걸 눈과 몸으로 확인한 오늘, 조바심이 느껴지는 하루다. 조바심이 발전의 연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뭔가 성공한 중소기업 CEO나 할 법만 멘트지만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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