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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May 30. 2023

직장 내 불쾌감을 주는 말투와 표정

무시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지

직업 특성상 같이 일하는 스태프 교체가 잦은 편이다.

출연자도 그렇고 제작 스태프도 그렇다. 그러면 늘 새로운 얼굴과 캐릭터의 사람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물론 메인 연출이라는 자리는 고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당(페이) 결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다른 직군에 비해 여러모로 존중받는 편이다.

그럼에도 유독 거슬리는 표정과 말투를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거나, '막상 보니 별 거 아니네.' 하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눈만 웃고 온갖 피로와 짜증을 담은 말투로 나를 대하는 사람들.


대부분 자기주장이 강하고 연차가 어느 정도 되어서 자신의 일에 대해 자신감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나도 알만큼 알고, 일할만큼 하는데 너한테 맞추기 싫다.'라는.

나도 과거에 그런 마음을 먹어본 적이 많기에 슬프게도 그런 마음들을 바로 알아차리는 편이다.


이런 태도는 당하는 이로 하여금 굉장한 불쾌감을 준다. 동시에 지난 나의 행보(?)를 반성하게 하는 계기도 되어준다.


예전에 조연출 5년 차 때, 메인 선배가 어떤 수정방향을 제시했는데 "협찬인 게 너무 티 나서 위험하지 않을까요?"이런 식의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가

선배가 "야! 그럼 하지 마!!"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전화를 뚝 끊으며 급발진한 적이 있다.


종합해서 글로만 써보면 선배가 성격파탄자인 것 같지만, (*실제로 당시에는 선배의 막강한 권한으로 힘 없는 나를 찍어 누른 거고 나는 상처받은 불쌍한 영혼이라고 생각했었음.)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전화통화였음에도 내 모든 말투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이 메인 선배를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소위 말해 '띠꺼웠을 것'이다.


오랜만에 새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피디의 경우, 온갖 평가에 대해 긴장과 예민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데

'뭘 해도 잘 될 거예요.'라는 말대신, 안될 것 같은 부정적인 이유와 의견만 내는 후배가 얼마나 화나고 괘씸했을까 싶다.





막상 오랜만에 본인은 예의와 선을 지키고 있다고 여길지 몰라도,

팔짱 끼고 '그게 될까요?', '전 별로.'이런 부정적 응대를 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니 아득할 정도로 불쾌해진다.


이걸 문제 삼지 않고 극복해 내는 것도 내 몫일테다.


사회생활이든 인간관계든 나에게 이미 적응한 사람과 아무것도 안 바꾸고 사는 게 가장 편하고 쉽다.

그걸 뒤집은 건 어쨌든 본질적으로 나이기에 감당해 내야 하는 것이다.


더 외로워질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고민이 너무도 우스울만큼 순식간에 갈등이 치유될 것인지도 나의 에너지에 달려있다.


5월 말이다. 올해 시간이 참 더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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