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피디 10년 차, 사람이 가장 좋기도 싫기도.
A 매니저 : "매니저들 잘 안 만나시죠...?"
절친: "편, 너 만나고 싶다는 사람 있는데 데려가면 너가 싫어하겠지...?"
남편: "너는 사람을 싫어하잖아."
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다.
몇 달 전 절친의 지인이 박재범의 팬이라고 해서 티켓을 구해준 적이 있는데, 그 보은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는데,
내 성향을 아는 나의 절친은 "은지는 새로운 사람 만나는걸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그건 보은이 아니라 극혐 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거절했었다고 한다.
업무 상 미팅은 물론 자주 하지만 그 외에 사적으로 매니저나 타직군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술자리는 더더욱 안 하게 되는 편이다.
그나마 첫 프로였던 <주접이 풍년> 때 스태프들은 내가 발품 팔아 가며 얻은 인연이라 그런지 각별하고 특별해서 아주 가끔 연락해서 보는 편이다.
내가 원래 이랬던 건 아니다.
KBS 입사 전 다른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좋아하는 일이 회식에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일이었다.
사실 술자리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매일 저녁에 새로운 사람들 만날 설렘으로 지루한 업무를 버틸 정도였다.
오히려 이 때는 친한 친구들이 "사람독에 취해 사는 것 같다."며, "무분별(?)하게 사람 좀 그만 만나고 너의 시간을 가지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대체 나에게 그 중간은 없는 것인지, 오히려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
하필 기준점은 예능 피디가 되고 가족이 생기고 그런 시점인 것 같다.
누구보다 같이 있으면 편하고 그 시간이 가치 있는 가족이 있고, 정확히 예능 피디라는 직업 생기고 나서부터는 사실 '요청사항' 없는 만남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요청사항을 듣는 자리가 많은데 그런 걸 듣고 흘리는 성격이 못되다 보니 애초에 그걸 듣고 기억하는 행위를 시작하기가 꺼려지는 것 같다.
사실 비즈니스 관련이 아니라도 비슷한 업계 사람들끼리 만나서 사는 얘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에겐 무언가 요청하기 위해 만든 자리가 많다는 생각부터 하다 보니
"감독님은 항상 자리에 안 계시네요.", "피디님은 식사할 시간 없으신가 봐요." 이런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또 이렇게 꽤 긴 시간 살다 보니 진심으로 사회성과 사교성이 감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름 입사 연수 때 성격 테스트에서 확신의 ENFP로 나왔었는데...
고작 10년 차에 일터에서 진실된 우정은 없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 너무 퍽퍽한 삶일까.
물론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데 내 에너지가 감당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의 사회적 절친은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