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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11. 2023

시어머니를 만나고 어른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결코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철옹성 같은 오해가 풀린 순간

-늘 조급하고 짜증이 많다.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타인에게, 특히 약자인 아이에게 전가한다.

-의지가 되기보단 언제나 주시하며 책임을 져야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존재다.


결혼 전 내가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20년 이상 겪어온 어른에 대한 이미지는 쉬이 변하지 않았다.


이는 결혼을 준비하며 시부모님을 만날 준비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본인의 부모님의 장점을 아무리 얘기해도 크게 와닿지 않았고,

'그건 어디까지나 자식이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당시 나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꽤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자랐으니 말이다.


사실 30대가 되고 나서는 마냥 부정적인 감정보단, 당시엔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부모님의 나이를 생각하면 30대 초중반으로 너무도 어렸으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시절에 모든 걸 희생하기에 하루하루가 바빴을 텐데 거기서 나의 감정까지 챙겨낼 여유는 더더욱 없을 거라는 생각에 짠하다는 공감과 함께 씁쓸한 이해로 변해갔다.


그렇기에 혈연으로 따지면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에, 우리 엄마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시어머니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없었다.

첫인상은 참 좋으셨다. 근데 그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누구나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삐딱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약 10년 간 '시어머니'라는 어른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위대하다.

나는 어른은 다 이기적이고 옹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언제나 본인보다 남이 먼저였고, 그 어느 순간에도 그것을 생색내지 않으신다.


어른은 다 둔감하고 일방적으로 이해를 바라길 바라는 존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시어머니는 누구보다 세심하고 내가 상처받기 전에 상처받게 될 일을 미리 감지하고 마음 아파하신다. 가슴속에 감사히 담아둔 일례가 너무도 많다.


내가 쓴 글이 얼마 전 소소하게 웹진에 실렸는데 그걸 보시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셨다.

칠순이 넘은 연세이고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은데도 늘 느리지만 정성을 담은 말씀을 해주신다.


오늘은 얼마 전 몸이 안 좋았던 남편과 아이를 위해 연포탕을 했는데 그 사진을 남편이 보냈나 보다.


어머니가 늘 크게 품어주시니, 정말 마음 힘든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아, 어머니와 통화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우리 친정엄마도 내가 아닌 우리 시어머니에게 고민상담을 하기도 하는데 민망하기도 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나로 하여금 결혼 이후의 삶이 더 만족스럽다고 느끼게 해주는 큰 어른, 나의 시어머니.

늘 삐딱하고 부정적이었던 어른에 대한 오해를 풀게 해 주신 장본인이시다. 늘 지금처럼 곁에서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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