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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13. 2023

강다니엘은 수수깡 젤리를 좋아해

출연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에 대하여

인도 현지에서 다니엘이 맛있게 먹었던 떡라면과 닭강정

"피디님 잘 지내셨어요?
근데 인도에서 먹은 그 닭강정 그 맛이 안 나요. 확실히 고생을 해야 하나 봐요."

작년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ABU TV Song Festival에 한국 대표 아티스트로 강다니엘을 지목했고, 담당 프로듀서 역할로 함께 다녀온 뒤 몇 달 만에 만난 강다니엘이 내게 건넨 인사다.


한국 대표로 가는 좋은 취지의 큰 행사였지만, 아무래도 인도 음식 특성상 향신료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 보니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기가 어려웠다. 음식은 곧 컨디션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다 같이 한국문화원을 수소문했고 그곳에서 파는 닭강정과 떡라면을 다니엘팀에게 먹게 해 줄 수 있었다.


사실 대단한 맛은 아니었는데, 역대급의 음식을 만난 것처럼 강다니엘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줬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호텔 말고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되냐고ㅋㅋ해서 직접 장소를 섭외한 담당자가 엄청 뿌듯해했던 기억.


그리고 나도 다른 프로그램을 연출하다가 기회가 되어 살림남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잇슈 연예] 강다니엘, KBS 2TV 예능 ‘살림남 2’ 합류


어찌 보면 열악한 상황에서 서로 최선을 다했던 좋은 기억이 다시 이어준 만남일 수도 있다.

혹자는 누군가의 취향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걸 '비위 맞추기'로 비하할 수도 있다.


특히 피디라는 직업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에, "우리 출연자가 이러이러한 걸 좋아해서 준비했다."라고 하면,

"피디가 그렇게까지 연예인 비위를 맞춰야 해요? 피디도 별거 없네. 갑인 줄 알았는데."라고 면전에서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출연자에 대한 애정 없이 단순히 섭외만을 위해서 거짓으로 비위를 맞추는 건 쉽지 않다. 물리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 시간을 들여 조사해야 하는 에너지가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내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라도 참여했던 모든 고마운 출연자들에게는 나의 경우 보통 애정이 생기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을 간파하는 게 크게 귀찮거나 어렵지 않다.


강다니엘의 경우, 젤리와 라면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미팅 때 분위기 전환 삼아 '아이셔 젤리'를 준비해 줬더니 아이처럼 좋아하며, 대화를 하는 도중에 무려 13개를 까먹는 기염(?)을 선보였다. 덕분에 수다 떨듯 딱딱한 미팅시간을 넘길 수 있었고, 우리가 선물해 준 젤리 상자를 집에 가져가 3일 만에 싹 비웠다는 흐뭇한 후기까지 들려주었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이렇게 출연자가 소소한 것에 감동을 받으면, 촬영 분위기도 좋아지고 그렇게 되면 카메라 감독들이나 현장 스태프들도 한결 일하기 수월해진다. 물론 방송 퀄리티도 훨씬 좋아진다.


이번 촬영 때도 편의점에 우연히 들렀다가 다니엘이 좋아한다는 수수깡 젤리가 보이길래 얼른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촬영 막바지 인터뷰 촬영만을 남긴 쉬는 시간에 고생이 많다며 다니엘에게 쓱 건넸다.


맨 오른쪽 오리지널이 가장 맛있다는 다니엘


피곤했을 타이밍이었는데 젤리를 보고 반색하더니 바로 뜯어서 먹으며, "피디님, 근데 이거 오리지널 맛이 훨씬 맛있어요!"라고 팁(?)까지 주었다. 이로서 나중에 만나게 되더라도 '인도의 닭강정'이 그랬듯, 어색함을 이겨내고 편하게 풀어갈 토크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런 작은 관심으로 출연자가 마음을 열고 팬들도 시청자들도 흐뭇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면, 얼마든지 피디 체면(?)을 버리고 출연자의 취향을 관찰하고 나서서 챙겨줄 용의가 있다.


누군가가 밝게 웃으면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듯이,

누군가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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