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 두 번째 선공개 <STUDIO 살림돌>을 만들며
대학교 때 엔터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입사 초반에 팀장님이 인턴으로서 회사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을 정해오라고 하셨다.
당시엔 아이돌에 관심이 전혀 없던 때라, 급하게 샤이니 팬인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안무영상에서 멤버들 발소리 좀 없애지 말라고 해."
"...??"
전혀 이해를 못 하고 그게 무슨 말인지 묻자, 팬들은 안무영상에 운동화가 바닥에 닿아서 나는 '삑삑' 소리나 발소리가 있는 걸 선호하는데 감 없이(?) 회사에서 현장음을 다 지우고 깔끔한 음원을 깔아서 올려서 분통이 터진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10여 년 전인 당시에는 그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론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살림돌 1호 강다니엘 선공개를 편집하려고 프로젝트를 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발소리와 말소리 등 현장음은 다 삭제되어 있었다.
대신 깔끔한 음원이 깔려있었다.
비상이었다! 발소리는 물론 손뼉 치는 소리, 다니엘이 "띵딩~", "머리 망가진당."하는 소리가 꼭 있어야 하는데...
이 사실을 아이돌에 1도 관심 없는 남자피디한테 가서 '편집 지시사항'이랍시고 구구절절 설명하려니 뭔가 구차스럽기도 하고, 어차피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실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팬이 아니라면 100%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것을 나도 겪어봤기에.
그래서 결국 또 상사들이 싫어할만한 '돈도 안되고 협찬도 안 붙는 하등 쓸데없이 몸만 갈아 넣는 일'인 선공개를 직접 편집했다.
몇 주 뒤면 용량문제로 사라질 원본인데, 그러기엔 너무 아까우니까ㅜㅜ
다행히 나의 의도를 역시 팬들은 이해해 준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뭘 넣을까 하다가, 강다니엘과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콘서트가 떠올랐다.
사실 살림남 본방날과 강다니엘의 앙콜 콘서트 날이 7월 1일인 오늘로 완전히 겹친다. 과하게 표현하자면 방송국 피디 입장에선 '망한 것'이다.
그러나 팬 입장에서 보면 오늘은 콘서트도 볼 수 있고, 방송도 볼 수 있는 축제의 날이다. 이왕 축제라면 우리가 흥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팀부장님이 보면 속 없이(?) 소속사 직원도 아닌데 콘서트 홍보나 하고 있다고 혀를 찰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고마운 인연으로 1호 살림돌이 되어준 강다니엘이기에 진심으로 자막도 쓰고 기쁜 마음으로 손뼉 치는 관객 씨지도 얹고 포스터도 넣었다.
모든 부차적인 감정을 차단하고 실적을 추구하는 것도 요즘처럼 퍽퍽한 방송 환경에서는 필요한 태도이지만,
모두를 미워하고 경계하며 제작을 한다고 해서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수익이 없더라도)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누군가를 즐겁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면 설사 똑같이 결과가 별로여도 덜 허망한 것 같다.
어쨌든, 오늘은 축제의 날이니까 살림돌도 일원으로서 축하하는 마음을 보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