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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08. 2022

남이 행복한 걸 누가 좋아해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_ 정지우

실제로 며칠 전 선배와의 대화 중에 나온 얘기다. "남이 행복한걸 누가 보고 싶어 해. 다 남이 불행한 걸 좋아하지."라는 말. 실제로 예능 촬영장에서 화기애애한 출연자를 제지하며, "자, 지금부터 싸우실게요."라고 연출했다는 확인 불가한 무용담도 들린다. 사람들은 남들이 당하고 엿 먹는 것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을 나의 대학 동기 정지우 작가가《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라는 책에서 해주었다. (TMI: 정지우 작가의 책을 꽤 많이 읽어봤지만, 이번 책은 너무 좋아서 블로그에 따로 필사할 예정이다. 추천!)


‘불행 콘텐츠’에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현실 문제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러한 문제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열망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의 불행은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구경의 ‘희열’ 또는 ‘안심’도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타인의 불행을 구경하며, "내가 저 정도로 핵망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조금은 비열한 방식의 안심. 나의 안정을 찾기 위해 타인의 불안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남들이 하하호호 잘 먹고 잘 사는 건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는 힘없는 콘텐츠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입봉작이었던 <주접이 풍년>은 불행 콘텐츠가 아니었다. 팬들의 행복과 오로지 나의 팬만을 마주한 무대에 서게 되는 스타들. 스타로서도 행복감은 물론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생 구조였다고 감히 자부한다. 실제로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방송 이후에도 각종 행사에서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얘기해주었고, 1회 출연자였던 송가인 씨도 대기실에 직접 찾아와서 "이 천재적인(?) 기획을 한 사람이 누구냐"며 팬들 앞에서 인사까지 시켜주기도 했다. 감사한 일이다. 


무엇보다 녹화를 진행하는 후배 피디들의 증언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매주 녹화 때마다 눈을 빛내는 팬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 좋아진다고 얘기하곤 했었다. 그 모습들이 너무 '찐'이라서 그걸 보는 엄청난 희열이 있다고. 실제로 녹화 전엔 밤샘 편집에 지쳐있다가도 끝날 때 보면 후배들이 생기 있어지는 모습을 보고, 사람이 주는 에너지가 있긴 있구나 싶었다. 그것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불행 콘텐츠가 아닌 행복 콘텐츠를 또 만들 날이 올까. 


#주접이풍년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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