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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05. 2022

불안보다 불행을 택하는 사람들

《불안한 마음을 안아 주는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불안


《불안한 마음을 안아 주는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하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불안보다 불행을 택한다고 한다. 예시로 드는 것이 알코올 중독자 남편에게 시달리며 산 아내들이 이혼 대신 참고 살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혼자가 되는 외로움(불안)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힘겹게 이혼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대다수는 알코올 중독자와 재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불안해 할바에야 익숙하고도 끔찍한 불행을 기꺼이 택하는 것이다.


멀쩡한 내가 불안하다고?


불안이 대체 뭐기에. 대체로 나는 요즘 내 삶에 만족 중이었기에 나와는 관련 없는 챕터라고 생각하며 남일 보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내 삶을 고스란히 담은 내용들이 많았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들이 불안의 발현이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충격 구간 01.

불안한 사람은 언뜻 사교성 있고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집 밖에서는 공격성을 지니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와서 만만한 배우자에게 그 공격성을 돌리는 것입니다.   p.75

찔리지만 내 얘기다.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안 돼.’라는 생각에 불안해지면 그 사람에 대한 분노를 일단 억누르는데, 그 분노가 사라지지 않고 의식 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공격성으로 튀어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더 비열한 대목은, 그 공격의 대상이 ‘이 사람이라면 내가 공격해도 불안해지지 않아.=날 떠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된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그게 배우자나 자녀라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독침을 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선 안 될 일인데도 말이다. 


충격 구간 02.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는 생각만 한다면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에게 굽실거리기만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닫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자아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p.63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다 맞춰서 환심을 얻었는데, 왜 내 마음이 공허할까에 대한 답일 것 같다. 학창 시절부터 대부분의 친구들이 다 나와 친하다고 하는데, 정작 내가 생각하기엔 정말 친한 친구는 없거나 한 두 명인 것 같았다. 나머지는 그냥 내가 호감을 얻고 맞춰주려고 했던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은지 너는 적이 없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고 묘하게 불편함을 주었던 것 같다.


충격 구간 03.

불안한 사람은 자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남들에게서 찾으려 합니다. 남들에게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하면 마음이 불안정해집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남들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남들에게서 인정받으면 안심하고 기뻐하며 만족합니다.    p.57 

나의 정체성을 찾는데 크게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타인의 승인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비극적인 인생인가. 이제라도 그런 무의미한 승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렸던 미국 전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하면 힘이 약해진다.’

링컨은 젊은 시절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 친구들이 ‘링컨 주변에 칼을 두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면서 칼을 없애려고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노예 해방을 이룬 인물이기도 하다. 오늘 불안하다고 모든 게 끝이 아닌 것이다. 썩 내키지 않더라도 내 안의 불안을 응시해보자. 그래도 손 대기 어려운 타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보다, 내 안에 문제가 있다는 게 차라리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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